지난 11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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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조만간 참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군에 점점 불리해지는 전세를 역전할 ‘히든 카드’로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CNN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벨라루스가 러시아를 돕기 위해 곧 우크라이나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징후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쪽으로 이동하는 벨라루스군 병력이 급증했으며, 특히 러시아군과 합동 작전을 하려는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는 것이다. 나토 관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벨라루스의 개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야권 인사도 CNN에 “벨라루스의 전투 부대가 이르면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미 수천 명의 병력이 파병 준비를 마쳤다”고 확인했다.
나토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합리화하기 위한 ‘구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를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이 곧 시작될 것이란 뜻이다.
벨라루스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개전 당시 연합 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에 파견한 3만여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북부 공략에 투입했다. 이들이 현재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포위 공격하는 러시아군의 주력을 이루고 있다. 또 러시아 전폭기들이 우크라이나 북부와 서부에 대한 폭격을 할 때 벨라루스 공군기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게 벨라루스는 가장 강력한 동맹이다. 두 나라는 구(舊)소련 국가의 연합체인 국립국가연합(CIS)과 이들의 군사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핵심 멤버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두 나라를 통합하는 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99년 양국 간 ‘연합 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했고, 2021년에는 ‘국가 통합’에 합의했다. 군사·외교는 물론 경제와 행정에도 ‘한 몸’이 되겠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여 년간 경제·군사 원조를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벨라루스가 참전할 경우 키이우를 둘러싼 우크라이나 북서부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키이우 외곽에서는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2일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교외 마카리우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 고속도로 한 곳의 통제권을 되찾고, 포위를 약화시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키이우 북서부 인근 이르핀·부차·호스토멜 등 지역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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