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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무한리필집 손님 가려받기 논란…'갑질' vs '주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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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음식점 주인과 손님 사이에 시비가 붙었습니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주인이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생긴 다툼입니다.

지난 14일 대전에 사는 A씨가 직장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무한리필 고깃집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음식점 주인 B씨는 A씨 일행이 식당에 들어오는 걸 막았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충청투데이에 따르면 A씨는 “무한리필 체인점에서 다른 사람보다 고기를 조금 더 먹었다고 내쫓는 것이 말이 되냐. 조금 먹는다고 돈을 거슬러 주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 음식점 주인 B씨는 “A씨가 좀 과했다.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고기만 최대 10번까지 리필했다”며 “코로나로 빚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예민해져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번 경우가 아니더라도 무한리필집에서 손님을 가려 받으면서 생기는 다툼은 되풀이되는 논란입니다. 무한리필 식당에서 씨름부 등 운동부 선수와 군인들의 입장을 거부한다거나 무한리필이라고 해놓고 4번째부터는 리필을 안 해줘 불쾌했다는 사연이 잊을 만 하면 기사로 나옵니다. 사실 무한리필 식당에서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무한리필이라는 간판 달고 많이 먹는다고 타박을 주거나 손님을 가려 받으면 '사기'이자 '갑질' 아니냐는 불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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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식당 주인은 손님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손님을 선택해 입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손님을 가려 받는 것은 업주의 권한으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헌법에는 '사적 자치' 원칙과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적 자치란 개인이 법질서의 제한에 부딪히지 않는 한 자유로운 자기 결정 하에서 국가의 간섭이나 도움 없이 법률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결국 식당주인이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손님이 뭐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식당에 출입하는 사람을 지정할 수도 있고 손님 행동이 주인이 정한 영업 기준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식당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도 할 수 있습니다. 영업의 자유 측면에서도 식당주인은 음식을 누구에게 팔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영업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객이 해당 음식점을 가지 않으면 된다는 거죠. 다만 무한리필 식당에서 한번 먹기 시작한 손님에게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추가 음식 제공을 거부하거나 환불해 주지 않은 채 쫓아낼 경우는 계약위반에 따른 민사상 소송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 역시 법적으로 보면 일종의 민법상 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음식점 주인이 입장을 거부하는 것에 항의는 할 수는 있지만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프랜차이즈 무한리필 식당이라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집니다. 프랜차이즈는 상호와 특허, 상표, 기술 등을 보유한 제조업자나 판매업자(본부)가 소매점(가맹점)과 계약을 통해 사용권과 제품의 판매권, 기술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시스템인 만큼 손님 가려받기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규정에 위반된다면 음식점 주인은 본사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최대 계약해지라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 측은 "점주가 코로나 때문에 심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임의로 고객에게 응대한 사례"라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장 전문관리자를 해당 지점으로 보내 전반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줄요약입니다.

#무한리필집 손님가려받기 가능?

#헌법상 식당주인 '사적 자치', '영업의 자유' 보장

#손님이 안 가는 것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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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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