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넘어섰다. 사진은 3월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이 2800원대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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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협상 기대와 중국발 원유 수요 감소가 전망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반면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약 10년 만에 ℓ당 2000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3월 1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6.4% 하락한 배럴당 96.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종가가 123.7달러까지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사이에 2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앞서 14일(현지 시간)에도 장중 100달러 선을 잠시 내줬으나 종가가 두 자릿수대로 거래를 마친 것은 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6.54% 하락한 배럴당 99.91달러에 장을 마감해 3주 만에 종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최근까지 무섭게 치솟던 유가가 급락세로 전환한 것은 그간 유가 급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협상을 진행하며 시장의 공포가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양측은 14일(현지 시간) 4차 평화회담을 시작했고 16일(현지 시간)에 이를 재개하기로 하는 등 전쟁 중단을 위한 평화회담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주요 도시를 봉쇄 조치한 것도 중국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키우며 유가 하락에 힘을 실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는 전면 봉쇄됐고, 경제 수도인 상하이는 준봉쇄 수준으로 방역이 강화되면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반면 이 같은 유가 하락에도 국내 휘발윳값은 오히려 치솟았다. 3월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3.67원을 기록했다. 전국 최고가는 2959원으로, 거의 3000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휘발윳값은 전날인 15일도 ℓ당 2000.95원을 기록해 2012년 10월(2003.7원) 이후 9년 5개월 만에 2000원 선을 돌파했다.
국제유가의 하락 전환에도 휘발윳값이 오르는 것은 국내 휘발윳값이 국제유가 흐름을 후행하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유가의 동향은 2~3주가 지나야 국내 휘발윳값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국내 휘발윳값에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 휘발윳값의 기준이 되는 원유인 두바이유 가격은 여전히 100달러 선을 유지 중이다. 3월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종가 기준 122.53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14일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15일(현지 시간) 105.76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100달러선을 지켰다.
전국 주유소는 자영 주유소가 대부분이라 정유사가 이들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휘발윳값 상승의 원인이다.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휘발윳값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류세 인하폭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유사가 수많은 자영 주유소들의 판매가를 통제하기 어려울뿐더러,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과 더불어 소비 위축도 동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제유가는 하락 전환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유가를 두 달 정도 후행하는 것을 고려할 때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유가가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져 서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신은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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