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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밥상물가에 주거비까지 “월급만 빼고 다 올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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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마트 식품코너에 포장김치가 진열돼 있다. 비비고 포장김치 가격이 평균 5% 오른데 이어 이달부터 종가집 포장김치도 7% 오르는 등 최근 밥상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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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 사는 결혼 3년 차 직장인 이모(33)씨는 “작년에 분명히 월급은 올랐는데 재작년보다 적자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가지도 못 해서 특별히 큰돈이 나가는 곳도 없다”며 “계산해보니 식비만 전년보다 월 20만원은 더 나왔더라”고 했다.

이씨의 사례뿐 아니라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3일 기준 지난 한 주 동안 네이버 맘카페 등에 이런 내용으로 올라온 공개 게시글만 200여개에 달한다. 한 작성자는 “지난주는 홈스쿨링, 이번 주는 태권도비 인상.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토로했다.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한탄엔 이유가 있었다. 월급만 놓고 보면 평균적으론 소득이 늘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평균 가계 근로소득은 289만3000원으로, 전년 4분기보다 5.6%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총소득도 464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6.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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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소비지출 비중, 역대 최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물가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근로소득 증가율은 2%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보다 올라간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으로 인한 효과를 제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5.4%), 2018년(3.7%)과 비교하면 실질 근로소득이 늘어난 폭은 절반 수준이다.

점심·저녁 외식이 잦은 직장인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외식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5%)보다 높다. 예컨대 지난해 1월까지 9000원이었던 서울 지역 냉면 평균가는 1년 만에 9808원으로 8.9% 올랐다. 같은 기간 자장면(7.9%), 칼국수(6.3%), 비빔밥(4.8%) 직장인이 자주 먹는 주요 외식품목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가정집 식탁에 주로 올라오는 상품으로 구성돼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비주류음료의 경우 지난 한 해 물가가 5.9% 올랐다.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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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근로 소득 증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때문에 먹거리와 주거에 쓰는 지출 비중이 치솟았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엥겔계수)은 12.86%였다.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집에서 밥 먹는 데 쓴 돈만 계산한 것으로, 외식비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임대료와 수도·광열 지출 등 이른바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슈바베계수)은 17.94%에 달했다. 2020년(18.56%)보단 소폭 하락했지만, 이를 제외하곤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지출의 30% 이상이 ‘먹고 자는’ 데 쓰이다 보니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실질 소비여력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상조세(소득세·재산세 등)와 사회보험료도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년보다 각각 18.8%, 10.3% 올랐다. 소득이 늘더라도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용이 커지다 보니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한탄이 따라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팬더믹 영향이 있겠지만 지금의 엥겔계수는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며 “식비나 주거비는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아니다.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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