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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우크라 사태] 국제 결제망서 빠진 러시아… 韓조선사, 8조원 받을 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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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를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국내 조선사에 비상이 걸렸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송금이 가능한 결제망으로, 국내 기업이 러시아와 수출입 대금을 주고받을 때 주로 사용한다. SWIFT가 막히면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를 완료해도 대금 상당 부분을 받는 데 차질이 생긴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관련 계약 규모는 총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2020년 말 이후 한국조선해양(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이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은 총 7척(3척·3척·1척)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LNG선은 쇄빙선으로 알려졌다. 척당 건조 가격이 3억달러(3600억원)에 달하는 쇄빙 LNG선은 일반 LNG선(2억달러)보다 50% 이상 비싸다. 업계에서 LNG선 7척의 계약 규모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선비즈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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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러시아로부터 36만㎥급 LNG-FSU(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환적설비) 2척을 9000억원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러시아의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ARCTIC(아틱·북극) LNG-2′ 프로젝트에 설비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데, 관련 계약 금액이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정 단계마다 일부 대금을 받기 때문에 계약 금액을 전부 손실로 떠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경제 제재가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SWIFT 퇴출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3만8161대, 기아(000270)는 5만1869대의 완성차를 러시아에 수출했다. 대(對)러시아 수출액 가운데 완성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0.3%에서 2021년 26.5%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국지전을 벌이면 한국산 자동차의 러시아 시장 판매가 10% 감소하고,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최대 30%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에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TV와 모니터, LG전자(066570)는 TV, 모니터, 세탁기, 냉장고 등을 러시아에서 생산해 러시아와 구소련 국가들, 유럽 등지에 판매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은 올 봄 준공을 목표로 칼리닌그라드 지역에 자동차 부품용 플라스틱 사출·도장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내수 시장에 판매하는 구조라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재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접수된 국내 기업 37개사의 애로사항은 총 42건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2.4%)이 ‘대금 결제’ 관련 문의였다. 러시아에 특수기계를 수출하는 A사는 러시아 금융제재로 인한 대금 미회수를 우려했다. 러시아산 펄프 수입 대리점을 운영하는 B사는 “홍콩 무역업체를 통해 수입 중인데, 국내 은행 4곳에서 신용장(L/C) 개설을 거부당했다”라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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