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로비 모니터에 전력수급현황이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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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전력 판매량은 늘었지만, 고유가 등에 따른 연료비 인상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조9464억원 감소해 5조860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조55억원이 늘었지만, 2020년 4조86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곤두박질쳤다.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치솟았던 2008년 당시 기록한 영업적자 2조798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연료 구매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사상 최대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원유·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의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단가가 비싼 LNG 발전을 늘린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의 영업비용은 2020년 54조4830억원에서 지난해 66조4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조9519억원 늘었다. 이중 자회사 연료비는 4조6136억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5조9069억원씩 각각 늘었다. 이처럼 연료비가 오르면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해야 하는데,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의 시행이 지연되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지 못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1분기 ㎾h당 3원이 인하된 후 3분기까지 동결됐다가, 4분기에야 3원이 오르는 등 인상 폭이 크지 않았다. 결국 한전의 전력판매 수익은 1조4792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전의 적자 폭은 증권가의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가 집계한 컨센서스(전망치)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5조100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보다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당초 예고한 대로 요금 인상이 이뤄져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파를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한전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65조4304억원에 영업손실 10조9971억원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요금 인상이 시작되는 2분기 전까지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고, 요금 인상보다 원가 상승이 더 크다”며 “현 요금 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고, 80달러 내외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올해 1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적자 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전은 “향후 연료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재무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강도 자구 노력에 한전과 전력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재무위기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전력공급비용 절감, 설비효율 개선, 비핵심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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