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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10년만의 3%대 물가상승률 전망…물가냐 경기냐, 그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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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물가가 긴축을 부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올려 잡았다. 한은의 3%대 물가 상승률 전망은 10년 만이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훌쩍 웃돈다. 물가의 거침없는 하이킥에, 물가냐 경기냐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섰던 한은은 이번에는 일단 쉬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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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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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숨 고르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해온 만큼, 지금 시점에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여건의 변화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 지난 1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0.5→1.25%)했다. 통화 정책 정상화 성격이 강했지만,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3월 9일 대선과 다음 달 이 총재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결정보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건 물가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큰 폭으로 높여 잡았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보다 1.1%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정부 전망치(2.2%)와 비교해도 격차가 상당하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2%(종전 1.7%)로 높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물가 상승 확산 정도가 한은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이 확대된 점도 반영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회복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커진 점도 고려해 물가상승률(전망치)을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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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


물가 상승 압력은 거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3.6%를 기록했다. 지난달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도 1년 전보다 3.0% 오르며, 상승 폭으로는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잠시 주춤했던 국제 유가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다시 급등하는 데다, 외식물가 등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한은이 올해 3%대의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 금리 인상의 무게 중심도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금융불균형 완화에서 물가 잡기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금융시장은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2~3회 인상해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연 1.75%나 2%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연 1.5%의 기준금리는 긴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추가 금리 인상의 문을 열어둔 것이다. 대선과 신임 한은 총재 선임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한은이 추가 인상의 첫발을 뗄 시점은 5월 금통위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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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은이 금리 인상의 필요조건인 물가 전망치를 높였지만, 필요충분조건을 채우기 위한 변수도 많아졌다. 한은의 고민이 커지는 건 금리 인상만으로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아서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한 면도 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운 발화점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돈줄만 죈다고 물가를 잡기 어렵단 이야기다.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도 변수다.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JP모건 등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거나 (경제) 제재가 강하게 나타난다면 원자재 수급 불균형 심화하고 교역을 위축시키는 요인인 만큼 (한은의) 전망보다 성장은 낮추고 물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 총재도 "물가가 올랐으니 금리 인상 횟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기계적인 예상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기 상황과 금융불균형 등의 여러 요건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은이 '인플레 파이터'의 본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치솟는 물가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 위축을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석 카톨릭대 경제학 교수는 “통화정책으로는 현재 물가 상승세를 잡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금리 인상 필요성은 여전하고, 환율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금리 인상 추이를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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