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공개된 7개 뉴스통신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진영간 대결이 심화됐다’는 평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찾아오겠다"며 재임 중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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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해당 질문에 1000여자에 달하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 “지적에 공감한다”는 첫마디에 이어진 긴 답변에는 지난 5년간 극도로 심화된 국민분열 등에 대한 자기성찰이나 반성의 표현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 적대를 증폭시킨다”,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며 책임을 정치권과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야당에 대해서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각을 세웠다.
2017년 3월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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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당 답변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뭔가 큰 고민의 결과인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2011년 6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책 '문재인의 운명'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헌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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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여권의 핵심인사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통합은 노 전 대통령의 유지(遺旨)에 가까운 목표였고,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유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임기를 마쳐가는 시점에 통합에 대해 비판받는다는 점만으로도 문 대통령이 여러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19년 10월 보수단체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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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성공한 정부의 핵심조건으로 제시해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그래도 노력은 했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은 진보진영 전체에 정말 뼈아픈 지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통합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추정할 단서는 문 대통령이 쓴 책에 담겨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서면에서 유세를 마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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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국민통합 실패에 있었다는 의미다. 동시에 문 대통령 스스로 ‘국민통합 실패=정권 재창출 실패’라는 정치적 등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하면서 검찰개혁은 이미 실패로 결론났다”며 “여기에 통합까지 실패했다고 자인할 경우 정권 재창출을 요청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제라도 통합 실패에 대한 냉철한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 여권에 오히려 도움이 되고, 그래야 문 대통령과 이번 정부가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9월 28일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집회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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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해외파병과 한ㆍ미 FTA 등 현실적 해결책을 모색했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 등에서 맹목에 가까운 지지자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며 “이 때문에 과거 정치권에만 국한됐던 갈등 구조가 전국민의 대립으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문 대통령은 당대의 통합 실패뿐 아니라 미래 한국 정치가 짊어질 깊은 갈등구조의 단초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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