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한 훈련장에서 국가방위군과 경찰 등이 참여하는 특수 전술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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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으며 미국과 러시아 간 정보·여론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준비 관련 기밀을 터뜨리면, 러시아가 이를 “가짜 뉴스”라고 부인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 정상과 유럽연합(EU) 지도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참여한 연석(連席) 화상회의를 열고 “러시아군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침공일은 16일이 유력하며, 지상군 공격은 물론 벨라루스 쪽에서 미사일 공격도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시점을 날짜까지 적시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이날 82공수사단 병력 3000명을 폴란드에 추가 배치하는 결정도 내렸다. 이에 따라 폴란드에 배치된 82공수사단 병력은 지난 2일부터 배치된 1700명을 합쳐 총 47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또 현재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인 미군 160명은 타국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16일 침공설’은 명백한 가짜 뉴스”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은 12일 “서방이 (러시아 침공설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지역의 긴장 증폭을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진실은 미국이 이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진짜 위협을 느끼는 쪽은 러시아”라고 주장했다. 사태의 원인이 미국과 서방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한 자작극을 준비 중” “친러 정치인을 내세워 우크라이나에 허수아비 정부를 세우려 한다”는 정보를 공개했을 때도 러시아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62분간의 긴급 전화 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에 대한 우회적 해결 방안 몇 가지를 제시했으나, 양측이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앞으로 추가적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으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것들을 검토해 조만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16일 침공설이 확산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외국인의 탈출 행렬이 본격화했다. 우리나라 외교부가 11일 우크라이나를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해 현지 교민의 철수를 명령한 데 이어, 일본·독일·영국·호주·네덜란드 등 10여 국이 잇따라 자국민 철수를 강력히 권고했다.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등은 대사관 인원을 추가 철수시켜 최소 인원만 남기기로 했다. 항공사 중에는 네덜란드 KLM이 처음으로 13일부터 우크라이나행 항공편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우리 교민은 340여 명이다. 교민 일부는 “타국과 비교해 우리 정부의 철수 명령이 너무 갑작스럽고, 강제적”이라며 반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교통편을 구하지 못한 우리 교민을 위해 우선 14일과 15일 이틀간 폴란드 국경에서 약 50km 떨어진 소도시 리비우까지 이동할 전세 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추가로 전세기 마련을 위해 수요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키예프에서는 12일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반(反)러시아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소중한 자유를 위해 우리의 영혼과 몸을 바치겠다” “독립을 위해 단결하고 싸워야 한다” “당장 나토에 가입하자”고 외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시중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많이 유포되고 있다”며 “아직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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