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디자인까지 감독한 종교 개혁가 루터

루터, 브랜드가 되다

앤드루 페트그리 지음 | 김선영 옮김 | 이른비 | 528쪽 | 2만2000원

“교황은 엄청난 부자 아닌가. 그런데 왜 가난한 신자들의 돈이 아닌 자기 돈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을 짓지 않는가?” 1517년,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1483~1546)는 가톨릭 교회의 폐단을 지적하는 ‘95조 논제’를 발표했다. 예상 밖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글은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변혁으로 이어졌다.

루터의 글이 널리 읽힌 것은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내용 때문만이 아니었다. 간결 명료하고 세련된 문장 역시 독자들 눈을 사로잡았다. 출판 업자들이 루터의 가치를 놓치 리 없었고, 반 세기 전 발명된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그의 글에 날개를 달았다. 인쇄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면서 루터는 한 브랜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루터는 인쇄된 활자의 위력을 꿰뚫어봤을 뿐 아니라 인쇄소를 찾아 활자 모양과 책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감독했다.

인쇄 기술 발달이 루터를 유명하게 했다는 얘기일까? 그 반대 상황도 펼쳐졌다. 루터의 펜이 베스트셀러를 쏟아내면서 그가 거주하던 비텐베르크는 일약 독일 출판의 중심지가 됐고, 독일은 유럽 인쇄·출판업의 선두로 나섰다. 루터는 종교뿐 아니라 미디어 역시 변혁한 혁명가이자 전략가였다는 것이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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