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당장 야당에서는 “임기 석 달을 남긴 대통령이 성사 가능성 낮은 남북 정상회담을 대통령 선거와 연관 짓는 것은 정권 연장을 위해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최대 치적’을 묻는 질문에도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꼽으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사상 최초로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 모인 15만명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한 것은 남북 관계에서 최고의 장면이었다”고 했다. 또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만나 장시간 대화했고, 깊이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면서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김정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한국 정부가 미온적 대처로 일관한 배경을 설명해준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에만 7차례 집중된 북한의 각종 미사일 발사에도 ‘도발’ 표현을 쓰지 않았고, 미국 주도의 대북 규탄 공동성명에는 3차례 모두 불참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모라토리엄(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선언을 파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5년 전의 전쟁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을 계기로 박차를 가했던 종전 선언에 대해선 “임기 내에 종전 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며 “적어도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했다.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에 대해선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이 돼야 한다”고 했다. 위안부·징용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일본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어 “유감스러운 일은 최근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노력 현장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한·중 관계에 대해선 “경제협력을 계속 강화해 양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면서 특히 젊은 층 상호 간의 이해를 제고하고 우호 정서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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