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벌어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정치권은 앞다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말해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물론, 윤 후보에 “포퓰리즘 덕 보려 반중(反中) 정서를 이용한다”(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라고 비판해온 여권에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김선태 감독 등 코치진이 중국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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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은 민주당의 비판 대응이 보다 빠르고 더 많았다는 점이다.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반중 정서가 고조될 기미를 보이자 “지금은 윤 후보의 반중 자극 전략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같이 분노해야 할 때”(지도부 관계자)라는 기류가 생겼다고 한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지금 시국에서 괜히 민주당이 중국 편든다는 인식을 줘선 도움될 게 없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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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중국 동네잔치”, 송영길 “중국 체육대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서울 강서에서 전국 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 대표단과의 긴급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할 베이징 올림픽이 자칫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편파 판정에 대해 중국 체육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고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또 한국 선수단이 쇼트트랙 판정 문제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날 “적극 지지한다”(페이스북)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전날 쇼트트랙 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페이스북에 “편파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쓰며 주요 대선 후보 중 가장 빠르게 반응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한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송영길 대표도 8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림픽 정신은 어디에 가고 이런 편파적인 판정만 남은 것이냐”라며 “개최국에 유리한 것을 넘어서 개최국 독식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89개국이 참가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 체육대회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공정한 심판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8일 브리핑을 통해 “납득할 수 없는 편파 판정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불명예 올림픽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향해서도 “엄정한 대처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밖에 개별 의원들도 저마다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선대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빼앗은 메달로 즐거워하는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며 “중국만 빼고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는데 중국만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박주민 의원은 “올림픽이 아니라 중국 운동회”라고 했고, 전재수 의원은 “막가파식 판정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신만 추락시킬 뿐”이라고 썼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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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매일매일이 중국올림픽 보는 심정일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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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국 파렴치한 행태”…정부 향해 “친중 정책 대가 무엇인가”
그간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 여러 현안과 관련, 중국에 날 선 입장을 보여왔던 국민의힘에서도 성토가 쏟아졌다. 다만 편파 판정 논란 당일 지도부 차원에서 나온 즉각적인 비판 반응은 없었다.
윤 후보는 8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 올림픽 상황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공정 문제에 대해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한다”며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깊이 공감한다. 선수들의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은 위대한 것이다. 선수들이 기운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명백한 편파 판정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라며 “올림픽 정신을 무시한 수준을 넘어 중국이란 나라의 국격을 의심케 한 파렴치한 행태”라는 논평을 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지난 5년 중국에 기대고 구애해온 친중 정책의 대가가 무엇인지 성찰하기 바란다”는 주장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이게 스포츠 정신이고 올림픽 정신인가”라며 “그냥 자기들끼리 전국체전이나 하라”라는 글을 올렸다. IOC를 향해서도 “이 반칙과 불공정을 바로 잡지 못하면 그냥 문 닫으라”고 했다.
조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림픽 정신 실종”이란 짤막한 글을 올렸고, 김진태 전 의원도 “올림픽 말고 그냥 중화인민체전을 하라”라고 썼다.
2018년 2월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 경기를 마친 남북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김웅 의원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속 유명 구절(“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을 본떠, “모든 경기는 공정하다. 그러나 중국 선수 경기는 다른 경기보다 더 공정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해시태그엔 “#한국은_작은나라지만_중국몽_함께_하겠다”를 달았다. 이는 문 대통령이 2017년 12월 중국 베이징대에서 했던 강연 일부를 한 종편 방송사가 축약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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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중국, 사과하라”…심상정 “올림픽 정신 훼손”
다른 대선 후보들도 강한 입장을 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8일 페이스북에 “중국은 더티 판정을 즉각 취소하고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돌려주어야 한다”며 “쇼트트랙 편파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계인을 초청해놓고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며 자기들 이익만을 편파적으로 추구한다면 이번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가 아니라 중국만의 초라한 집안 잔치로 끝나고 말 것”이라며 “중국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스포츠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며 “코로나 재난 속에서 세계 각국의 많은 시민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며 희망을 찾고 있다. 그 어느 올림픽보다 공명정대한 올림픽이 되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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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퉈 비판 왜…‘공정 이슈’ㆍ‘반중 정서’ 모두 자극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나오는 건 중국의 편파 판정이 청년들에게 민감한 공정 이슈와 반중 정서를 모두 자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정이라는 이슈가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건 공교롭게도 직전의 동계올림픽 때이기도 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정부가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자 2030을 중심으로 공정 이슈가 떠올랐다. 요컨대 “피땀 흘린 국가대표들에 왜 정부가 불공정한 간섭을 하느냐”는 주장이었다.
지난 4일 오후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의 중국 국기 입장에서 한 여성(앞줄 가운데)이 한복을 입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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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을 중심으로 피어오르던 반중 정서가 전 세대로 확대될지도 정치권 관심사다. 지난해 6월 14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2030 세대는 중국을 일본보다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17.1%만이 중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 때 중국은 한복을 중국의 소수민족 의복으로 표현해 국내 반중 정서를 더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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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기자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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