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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카버가 의사였다면 이런 이야기를 썼다"…아무도 죽지 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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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뉴스1

아무도 죽지 않은 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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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미국의 응급의학 전문의이자 에세이 작가 프랭크 하일러의 '아무도 죽지 않은 밤'이 번역출간됐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작가는 "레이몬드 카버가 의사였다면 이런 이야기들을 썼을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신간 '아무도 죽지 않은 밤'은 저자가 미국 남서부 앨버커키의 대형 병원에서 25년간 근무하는 과정을 담았다. 전작 '낯선 자들의 피'가 응급실을 둘러싼 풍경을 담아냈다면 이번 책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한 의사의 인생을 투명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무자비한 결과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하면 냉정해져야 했다. 뇌가 폭탄 파편으로 가득 찬 이라크 파병 군인, 크레인에 아이들을 태워주다 돌풍으로 사고를 당한 노동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에이즈에 걸린 남자 등을 치료해야 했다.

"새로 생겨난 묵념의 시간. 현대적 의식이다. 젊은 외과의사들은 나이 든 의사들이 수술실을 나가는 와중에도 이 의식을 치른다…모두가 조명 아래 조용히 서서 소년의 몸을 보았다. 아무도 소년의 사연을 몰랐고, 아무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순간 경건함이 흘렀고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소년 중에서)

"종양내과의들이 비록 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삽관을 했고 그들이 하는 것처럼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지금 죽게 두느냐 며칠 후에 죽게 하느냐의 문제였는데, 나는 며칠 후를 선택했다.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하느님 중에서)

또한 저자는 이해 불가능한 환자들 앞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가슴 통증을 진정시키겠다고 복부에 바늘을 수없이 꽂은 여자, 암이 갈비뼈가 드러나게 할 때까지 대마기름을 믿은 사람, 하느님의 뜻에 따른다며 골육종으로 썩어가는 발을 자르지 못하게 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실렸다.

"마취과 불러요, 내가 말했다. 이는 응급의학과의 실패를 인정하는 말이다…레지던트는 더 강인하고 더 젊기에 메스로 더 세게 턱을 들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녹슬었다.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서로 포지션을 바꿔보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됐다" (왜소한 여자 중에서)

책을 읽다보면 직업의식에서 오는 책임감과 피로감, 죽어가는 환자 곁에서 최선을 다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동경, 그리고 최선을 다한 후 삶이라는 행운과의 만나는 대목에서 숨 막히는 위대함을 마주하게 된다.

◇ 아무도 죽지 않은 밤 / 프랭크 하일러 지음 / 권혜림 옮김 / 지식서가 / 1만65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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