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고공행진 왜
코로나로 재고감소 근본 원인
러시아, 우크라 침공 강행 땐
러산 천연가스 공급 차질 불러
에너지 가격 도미노 상승 우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 제92 기계화여단 소속 장갑차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기지에 주차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하르키우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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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보고 있다. 산유국들의 공급 차질로 인한 재고 감소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거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더해졌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정치적 개입의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를 중심으로 한 오펙 플러스(+)가 증산 속도를 높여 하루 20만배럴 생산량을 추가로 늘리더라도 유가는 약 3달러 내리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오펙 플러스가 증산 결정을 하더라도 과열된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 상승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망했다. 2일 오펙 플러스가 회의를 통해 증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인데, 이번 결정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국제유가가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두바이유 기준 국내 수입가격이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과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최근 국제유가 고공행진은 수요 불안보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위험성이 우선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이 출렁이면서 국제유가에 큰 변동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의 에너지 가격도 치솟아 유가 상승세를 다시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다.
CNN은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경우 유가가 단시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분석가는 “유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위험지대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며 “유럽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에 개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원유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처방이 쉽지 않다. 외신이 경제학자와 분석가 4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는 배럴당 평균 79.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73.57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 가격도 배럴당 76.23달러로, 이전 전망치(71.38달러)보다 급등했다.
최근 강한 수요 반등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올해 하루 평균 수요 증가분이 300∼5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재고 수준이 얼마나 빠듯한지를 고려하면, 산유국의 공급 증가세가 목표치보다 뒤처지거나, 미국이 증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유가 100달러는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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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제시한 우리 정부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에서 올해 국제유가 및 주요국의 소비자물가(CPI)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제로 코로나 정책(중국)을 지목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여타 리스크’로 분류했다.
하지만 미·러 갈등이 진정되지 않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3.0%)과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둔화 요인으로 꼽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향후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회복세가 지연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병훈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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