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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일본 사도광산 등재 추진···한일 사활을 건 외교전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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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한 28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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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일 관계에 일본의 ‘사도(佐渡) 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이라는 대형 악재가 또 하나 추가됐다. 특히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시기적으로 한국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한국 내 반발은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물러서기 어렵다.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정리되든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일 관계는 개선의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8일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 “즉각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날 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외교부는 또 일본이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유감을 표했다.

일본은 다음달 1일 각의 결정으로 사도 광산 등재를 정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15년 하시마 등 근대산업시설이 문화유산에 등재될 당시 한·일이 유네스코에서 사활을 건 외교전을 폈던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이 2015년 일본군의 난징 대학살 관련 기록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을 때 일본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때 반대하는 나라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하고 논의를 하는 쪽으로 제도 개편을 주도해 지난해부터 정식으로 이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사도 광산은 기록물이 아니라 문화유산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이 스스로 주도한 원칙을 무시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일본이 2015년 근대산업시설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설립하고 희생자를 기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지금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번 사도 광산 등재 추진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유네스코는 2020년 일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는 표현이 담긴 결정문을 채택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원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장소를 관련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인류 공동의 유산 보존과 평화 증진이란 세계유산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날 뿐 아니라 관련 국가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또다시 저버리는 행동”이라면서 “여러 외교 채널을 활용해 유네스코와 국제사회에 이런 입장을 개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시도를 강행한 배경에는 극우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 당초 일본 외무성은 등재 가능성과 한국의 반발에 따른 관계악화 등을 이유로 등재 추진에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최근까지 일본 정부가 등재 추진을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비롯한 극우파들의 압력에 결국 기시다 총리가 굴복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특히 일본 우익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를 유지하려할 것으로 보여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를 단호히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본 문제는 즉각 대선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강경 대응을 요구하면서 여론을 결집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등재 시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일 관계에는 오랫동안 아물지 않을 깊은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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