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못 바꾸면 후배들에 물려줘야”
민주당 내 쇄신 목소리
제대로 이행된 적 없어
차기 당대표 등 권력재편 시각도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주류 세력인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의 용퇴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 정체를 극복할 돌파구로 제시된 쇄신책이다. 86그룹 용퇴론은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충격요법이라 실효성 측면에서 냉소적인 시선도 나온다.
강훈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은 24일 CBS 라디오에서 “586 용퇴론은 민주당이 혁신하는 몸부림의 과정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86그룹 용퇴론에 대해 “국민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처절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다.
김종민 의원이 86그룹 용퇴론의 물꼬를 텄다. 김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86 용퇴론이 나온다. 집권해도 임명직 맡지 말자는 결의”라면서 “임명직 안 하는 것만으로 되나.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든지”라고 적었다.
당 일각에서는 2030세대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86그룹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본다. 선대위 관계자는 “86그룹들이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요직을 차지해왔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는 의문”이라며 “당내 50~60대 엘리트에 대한 2030세대 유권자들의 반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86그룹 용퇴론은 선거용 레퍼토리라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 세대를 저격한다고 해서 2030 민심이 얼마나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인 데다, 당내 50대 국회의원들의 반발만 사고 실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김종민 의원부터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선거 때마다 당내에선 86그룹 용퇴론이 나왔지만 제대로 실현된 적은 없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엔 30대의 이동학 혁신위원이 당내 86그룹 정치인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이뤄진 ‘공천 물갈이’도 86그룹 교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1대 총선 직후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50~60대는 82%(246명)에 달했다.
86그룹 용퇴론이 오는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대표 선거를 겨냥한 내부권력 재편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86그룹 대표 주자인 송영길 대표가 대선 후 당대표 선거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우원식·이인영·이광재·전해철·홍영표 의원 중 상당수도 86그룹이다.
‘86그룹 용퇴론’이 대선 돌파구와 쇄신 기폭제가 되려면 이 후보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의 용퇴에 맡길 게 아니라 이 후보가 직접 정치 혁신 차원에서 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 후보는 86그룹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전문 인사들을 내각에 기용하겠다고 선언하고, 민주당도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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