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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기다려" 전통부촌 이촌동의 귀환…리모델링 재건축 속도전 [Speci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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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부자동네의 효시 이촌동 지도가 바뀐다 ◆

매일경제

한강 건너편에서 본 동부이촌동 전경. 사진 오른쪽 끝으로 래미안 첼리투스(56층)가 보인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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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이촌동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아파트 부촌(富村)' 명성을 얻은 곳이다. 원래 한강변 백사장이었던 이 지역은 1967년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한강변 개발계획에 따라 매립공사를 시작하면서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다. 10평 안팎의 아파트가 더 흔했던 시절, 27~57평 초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한강맨션'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꽤 오랜 기간 강 건너편 반포·압구정 지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부자 동네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촌동은 서울 강남권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노후도였다. 하수관에 수시로 문제가 생기는 등 아파트는 점점 낡아 갔지만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랜 기간 정비사업이 중단돼 많게는 50년, 적게는 20년 넘은 아파트들이 일제히 새 아파트로 변신을 시도하며 과거 '전통 부촌' 명성 찾기에 나섰다.

◆ 이촌동 '투톱'…한강맨션·신동아

한강맨션은 동부이촌동의 상징과 같은 아파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처음 지은 고급 아파트로, 1971년 준공됐다. 지어진 지 무려 47년 만인 2017년 6월 재건축조합이 설립됐다.

이후 사업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작년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GS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했다. 재건축이 끝나면 기존 660가구에서 1441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한강맨션의 최대 장점은 낮은 용적률이다. 서울에서 거의 남아 있지 않은 5층 아파트라 용적률이 101%에 불과해 사업성이 뛰어나다. 이촌동 일대 중개업소는 한강맨션의 경우 재건축을 통해 27평형은 40평형을, 37평형은 5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하철 4호선 이촌역과 가깝고, 단지 남쪽은 한강변에 접해 있어 노른자위 입지로 평가받는다.

신동아아파트는 사실 '동부이촌동'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동부이촌동을 묶는 행정구역인 이촌1동이 아니라 서빙고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권이나 일반적인 이미지로 볼 때 동부이촌동에 묶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많다.

신동아아파트는 강력한 한강 조망권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단지 남측으로 한강과 접해 있는데, 길이가 약 1㎞에 달한다. 한강맨션(330m)보다 더 길다. 게다가 한강을 선형으로 보고 있어 재건축 후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부이촌동에서 지하차도를 건너야 한다는 점과 경의중앙선, 동작대교 등에 둘러싸여 입지가 폐쇄적인 부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주장과 '닫힌' 입지 때문에 부유층이 오히려 좋아할 수 있다는 시각이 함께 존재한다.

현재 1326가구 규모인 신동아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1620가구 규모로 변신할 예정이다. 지난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 한강삼익·왕궁·반도 소규모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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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맨션 옆쪽으로 늘어선 한강삼익·왕궁맨션·반도아파트는 이촌동 재건축 '소규모 3인방'으로 불린다. 단지 규모는 200~300가구에 불과하지만 입지로는 한강맨션이나 신동아아파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강맨션이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내면서 이들도 나란히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일대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용산공원 남쪽 한강변에만 7000~8000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다.

한강맨션 바로 옆에 있는 한강삼익은 이미 재작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촌동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낸 건 2009년 '래미안 첼리투스'(옛 렉스아파트) 이후 11년 만이다. 한강삼익은 올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추진하고 내년 철거·주민 이주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지가 한강에 붙지는 않았지만 바로 앞이 중경고등학교라 저층 아니면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강변에 위치한 왕궁맨션도 건축심의를 끝내고 재건축을 위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해 기다리고 있다. 왕궁맨션은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이 없는 1대1 재건축 방식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도아파트는 신동아아파트를 제외하면 동부이촌동에서 가장 동쪽에 붙어 있다. 은근히 조용한 입지라 폐쇄성은 신동아아파트 못지않다. 현재 주민들끼리 재건축 사업 추진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촌동 대표 단지가 한강맨션과 신동아인 것은 분명하지만 소규모 '3인방'도 입지는 떨어지지 않는다"며 "앞의 두 아파트에 비해 가격적으로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 리모델링도 활발

이촌로를 사이에 두고 공원 쪽에 위치한 단지들은 리모델링이 활발하다. 2018년 5개 단지를 묶는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가 무산됐지만 인근에 개발 호재가 잇따르면서 단지별 리모델링을 다시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최근 이주를 마친 현대맨션이다. 1974년 지어진 이 단지는 2006년 조합을 설립해 용산구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기존 653가구에서 3개 동을 따로 지어 750가구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이촌코오롱아파트와 강촌아파트, 건영한가람아파트 등도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며 조합설립인가를 잇달아 받았다. 곧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1001가구 규모인 강촌아파트는 올해로 준공 22년 차를 맞았다. 재건축도 고려했지만 사업 가능 연한(준공 30년)을 채우지 못한 데다 현재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오히려 떨어져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돌렸다. 강촌아파트는 리모델링 후 113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입주한 이촌코오롱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834가구에서 959가구로 늘어난다.

건영한가람은 이촌로 북쪽 아파트 중 대표 격이다. 일단 규모가 2036가구로 가장 크다. 1998년 입주해 리모델링 연한인 15년도 채웠다.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단지들은 고급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촌 현대맨션은 리모델링 사업으로는 최초로 고급 브랜드인 '르엘'을 도입했다. 한가람, 이촌코오롱에도 벌써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 중에는 현대건설의 고급 브랜드인 'The H(디에이치)'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에는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일단 이촌동 아파트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용적률이 300%가 넘어 사업성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별동 증축(동 추가)이 가능할 정도로 땅이 넓은지, 단지 배치가 건물 앞뒤로 뚱뚱해지는 리모델링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한강맨션에 68층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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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언급된 높이 규제 완화를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한강변 주동 15층과 최고층 35층 규제를 폐지하는 방침을 이미 밝혔다.

실제로 한강맨션 조합 측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 당시 조감도와 배치도를 구청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계획안은 한강변 주동은 15층, 다른 동은 최고 35층으로 계획돼 있지만 '2040서울플랜'에 따라 설계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도 기존 35층 설계안과 별도로 68층 초고층 설계를 반영한 대안 설계안을 함께 제안한 상태다. 현재 이촌동에서 가장 높은 층수를 기록 중인 아파트는 56층인 래미안 첼리투스다. 왕궁맨션 등도 2040서울플랜을 염두에 두고 사업 진행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이촌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요소가 경의중앙선이다. 철로가 지상을 관통하기 때문에 이촌동 교통을 단절시킨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에 접근할 때 불편하다는 얘기가 다수다.

2000년대 초반 이촌동 일대를 지나는 경의중앙선 철로를 지하화하자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다. 하지만 이촌역과 철로가 기존 도로·시설물과 밀접해 있어 현실적으로 쉬운 상황은 아니다.

東 한남뉴타운·西 용산역 개발…이촌동, 고급주거벨트로 재도약

캠프킴·용산정비창…
초대형 용산 개발과 맞물려
주거환경 크게 개선될듯

동부이촌동이 최근 강 건너편 압구정·반포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확장성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반포~잠원~압구정~청담이 일종의 '고급주거지 벨트'를 만든 것과 달리 동부이촌동을 받쳐줄 만한 주거지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 설명이다. 실제로 용산구는 곳곳에서 대형 주택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 300만㎡에 이르는 서울 용산공원 개발까지 예정돼 있어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우선 동부이촌동 동쪽으로는 서울 '황제 뉴타운'이라고 불리는 한남뉴타운 사업이 예정돼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올해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게 목표인 한남3구역이 속도가 가장 빠른데, 2·4·5구역도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고 있다.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1만2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게다가 한남뉴타운 주변으로는 유엔사 용지, 수송부 용지 등 주한미군 이전으로 생긴 '알짜 땅'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태원동 청화아파트 등도 유력한 재건축 대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남뉴타운 등 용산공원 동측 지역 개발계획을 합치면 아파트 2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며 "동부이촌동 1만가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이촌동 서쪽도 대규모 개발계획이 꽤 많다. 일단 용산정비창 사업이 눈에 띈다. 용산정비창은 용산역 뒤편에 위치한 51만2138㎡ 면적의 국공유지로, 남쪽으로 한강을 바라보고 서울 한가운데 위치해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노른자 땅'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이 지역에 주택 1만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주택을 6000가구로 줄이고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개발계획이 결정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이 일대에 고급 주거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또 용산정비창부터 삼각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엔 캠프킴을 비롯해 삼각맨션·한강로158 재개발, 용산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등 굵직한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다. 개발업계에선 용산정비창을 제외하고 적어도 3000가구 이상은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분당선 서울 연장 2단계 사업(신사역~용산역 구간)은 동부이촌동을 비롯한 용산 일대 교통축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용산미군기지 반환 문제로 사업 진행이 멈춰서 있었는데 정부가 용지 반환 여부와 관계없이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하노선과 지상역 위치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분당선은 기존 수원 광교~성남 정자~서울 강남 운행 구간을 강남~신사~용산으로 확대하는 서울 구간(7.75㎞) 연장 사업이 1, 2단계로 나눠 추진되고 있다. 이 중 2단계는 신사역에서 시작해 강북에 동빙고(신설)~국립박물관(신설)~용산역(정차)을 새로 짓는다. 이렇게 되면 용산에서 강남까지 한 번에 연결된다.

물론 동부이촌동을 비롯한 용산 일대 개발계획은 '초대형' 프로젝트여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경제 상황 등에 따라 사업 진행 과정이 심하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용산공원 일부에 청년기본주택 1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은 서울에서 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라면서도 "강남 못지않은 주거지역으로 떠오를지는 개발 진행 과정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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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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