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개 서한
대통령에 ‘대태러 정책 재고’ 요구
美드론이 아프간 민간인 10명에 미사일 폭격 공개되자 논란
지난 9월, 미군 드론 오폭으로 숨진 아프가니스탄 희생자 유족들이 오폭 현장에 남아있는 차량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8월29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시내에서 발생한 드론 오폭으로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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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 등은 이날 서한에서 “지난 20년 가까이 이어진 미 행정부 대통령들은 의회의 허가 없이 사실상 전 세계에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력을 휘둘러왔다”며 “(미국은) 무장한 군인뿐만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 심지어 미국 시민들까지 살해해왔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현행 미국의 대테러 정책이 국제법과 인권에 초점을 맞추도록 개혁되지 않으면 해외에서의 미국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들은 “우리는 미국 행정부가 인권과 민간인 보호를 중심으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을 재검토하고, 미국과 국제법에 부합하며, 분쟁과 연약함을 해결하기 위해 비살상적 수단을 우선시하고 합법적이고 최후의 수단으로만 무력을 사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4만800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작년 8월 아프간 카불에서 이뤄진 드론 공격을 예로 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보자유법’에 따라 미 중부사령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 미군이 드론 2대로 촬영한 당시 현장 동영상을 입수해 전날 공개했다. 미군이 민간인 오폭 장면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공습 장면을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2개의 동영상에는 미군이 작년 8월29일 아프가니스탄의 한 주택가에서 흰색 도요타 자동차를 추적하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해당 차량을 폭파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2개 중 1개는 열감지 카메라로 찍은 흑백 영상이다. 차량 주변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흐릿한 형체가 보이지만 해상도가 선명하지 않다. 당시 미군은 이 동영상 정보를 토대로 ‘흰색 도요타 코롤라’ 자동차를 8시간 동안 추적, 운전자가 IS-K(이슬람국가 아프간지부)의 폭탄 테러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은 특히 이 운전자가 차량에 폭발물로 보이는 물건을 싣는 장면까지 포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희생자는 국제 시민단체 NEI(국제영양교육)의 아프간 지부 직원 제마리 아흐마디로 밝혀졌다. NEI는 영양실조가 심각한 아프가니스탄에 단백질이 풍부한 콩 제품을 나눠주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당시 폭격으로 아흐마디뿐 아니라, 자녀 등 10명이 몰살당했다. 아흐마디와 함께 사는 형제들과 그 자녀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미군이 폭발물로 오인한 물체는 평범한 노트북 컴퓨터와 물통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반복된 실수에 대한 책임이나 정책 변화가 거의 없을 때 미군은 물론 미 정부 전체에 군사 목표물이 없는 곳에서 민간인 사망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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