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시인 이육사(사진 왼쪽) 선생의 유일한 사인이 담긴 책 표지. 이육사문학관 제공. |
저항시 ‘광야’ 등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자 항일 시인 이육사 선생(1904~1944)의 유일한 ‘사인(sign)’의 비밀이 풀렸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이육사문학관에서는 육사 이원록 시인의 순국 78주기 추념식이 열렸다. 이 추념식에서는 이육사 시인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자료가 처음 공개되어 시선을 끈 가운데, 그중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정체불명의 ‘사인’이었다.
이 의문의 ‘사인’은 이육사가 소장한 책으로 알려진 ‘예지와 인생’(叡智と人生)(포르튀나 스트로프스키 Fortunat Strowski 지음, 오사와 히로미 역, 동경, 第一書房, 1940년) 속 표지에 남겨진 것으로, 책 표지에는 의문의 ‘사인’과 함께 ‘육사’(陸史)라는 전서체(篆書体)의 한자로 된 이육사의 ‘인장’(사진)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로써 이 책의 주인이 이육사 선생임을 알 수 있게 됐으나 해당 사인이 이육사 선생의 것인지는 명확지 않았다. 그 이유는 흡사 영문자처럼 보이는 데 있었다. 연구자들조차 이 ‘사인’과 이육사 선생의 관련성을 알지 못해 해독해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인’에 대한 의문은 뜻밖의 장소에서 풀리게 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진행한 ‘선비 아카데미’ 강연장에서 강연을 듣던 정성훈(57)씨가 사인의 비밀을 푼 것.
안동의 한 법무사 사무소에 근무한다는 정 씨는 당시 연사였던 손병희 이육사 문학관장이 이 ‘사인’을 해독할 수도, 주체를 알 수도 없다고 하자 사인을 거듭 살핀 끝에 그는 한자 이름을 뒤집어 사인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육사 선생은 ‘이활’(李活)이라는 다른 이름도 쓰고 있었는데, 이를 뒤집어 봐야 알 수 있도록 쓴 것. ‘사인’을 반전시키면 놀랍게도 ‘이활’ 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쓴 것이다.
이는 이육사 순국 후 78년, 이육사 출생 후 118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마침내 ‘사인’의 주인이 ‘이육사’ 임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다.
아울러 이와 함께 공개된 자료는 이육사 시인의 아우이자 언론계에 종사했던 이원창(李源昌)의 엽서 4점이다. 이원창은 ‘남선경제일보 인천지국’, ‘조선일보 인천지국’, ‘매일신보 인천지국’ 등에서 활동했으며 1944년 1월, 형 이육사 시인의 유해를 북경에서 인수해 귀국한 인물이다. 이 엽서는 이육사 형제들의 친인척 관계와 일상생활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육사 문학관 측은 이육사의 개인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해서 이육사와 관련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한편 이육사 문학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안동시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앞으로 3년간 ‘이육사 기록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관련 학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육사 사전, 이육사 전집, 단행본 이육사 시리즈 발간을 포함한 이육사 아카이브 구축, 그리고 이육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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