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광고. |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대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비대면 대출 영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비대면 대출 영업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사각 지대에 있는 데다, 금융 범죄에도 손쉽게 악용될 수 있는 등 대면 영업 대출보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17일 주요 시중은행의 실적자료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신규 신용대출 가운데 비대면 가입 비중은 하나은행 89.1%, 우리은행 67.2%에 이른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신규 거래된 여신상품의 61%는 비대면 가입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비대면 금융 수요가 늘고 인터넷은행이 성장하면서 기존 은행들도 비대면 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2019년 4분기 신용대출의 비대면 판매 비중은 28.8%에 머물렀다. 신한은행의 여신상품 비대면 비중도 2019년 4분기에 절반(46.6%)이 채 되지 않았다.
비대면 대출이 일반화되면서 금융사기 노출 위험은 커졌다. 범죄자들이 메신저 사기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비대면 대출을 실행해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메신저 사기 피해액(466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배나 불어났다. 특히 2030세대 구직자를 대상으로 고용을 해준 것처럼 속여 개인정보를 받은 일당이 피해자 이름으로 비대면 대출을 받아 달아나는 사례도 적발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당시 “민원이 많은 금융회사에 비대면 대출 절차 등 내부통제기능 강화를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비공개 커뮤니티, 소셜미디어를 통한 고금리 대출상담, 불법 사채업자 광고 노출이 급증하는 등 다수 사기성 대출이 횡행한다”며 “비대면 채널 대출도 대면 채널과 동일한 수준의 소비자보호, 상환능력 평가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회사들의 금융상품 판매 책임이 강화됐지만 비대면 채널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영업점 창구에서 대출받을 경우 판매자의 ‘설명의무’에 따라 직원이 상품 내용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상호 의사소통이 어려운 비대면 가입 절차에서는 금융회사가 설명서를 제공하기만 하면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비대면 금융상품 수요 증가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방향’ 보고서에서 “금융회사가 비대면 채널을 남용해 판매규제 비용과 판매행위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며 “비대면에서도 영상이나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판매자가 설명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하거나 소비자가 핵심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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