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입국 금지 등 초강수 대책 무력화
연초 500명대에서 열흘 만에 24배 증가
도쿄도지사 "긴급사태 재발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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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만3000명대로 집계된 12일 도쿄 중심가 거리 표정.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연초부터 폭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2일 1만3052명(미군기지 제외)을 기록했다.
일본의 확진자가 1만명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9월 9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지역별로는 도쿄도 2198명, 오사카부 1711명, 오키나와현 1644명, 아이치현 723명 등의 순으로 확진자가 많았다. 이른바 도쿄권(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에서는 총 3758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취임 100일(지난 11일)을 맞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앞서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두 총리가 코로나 방역 실책으로 잇따라 퇴진했던 터라 기시다 내각에도 이번 6차 확산을 맞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都)지사는 신규 확진자의 90%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감염이 의심된다며, 기시다 총리에게 코로나 대응 최고 수준의 방역대책인 긴급사태 선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쿄 등에 대한 긴급사태 선언이 결국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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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코로나 감염 상황은 지난해 말과 연초 상황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확연히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열린 8월에는 하루 2만6000명에 육박했으나 9월 중순부터 감소하더니 연말에는 200명 안팎으로 크게 감소했다. 방역당국이나 전문가들조차 급감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급감 미스테리', '수수께끼'로 불렸다.
하지만 연초부터는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열흘 만에 24배 폭증했다. 이날 코이케 지사는 도쿄도 내 신규 확진자 가운데 294명을 샘플로 오미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90.4%(266명)가 오미크론 감염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미 오미크론이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를 빠르게 대체해가면서 지배종으로 자리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정부의 오미크론 유입 방지를 위한 '미즈기와 대책'이 사실상 무력화됐음을 의미한다. 미즈기와 대책은 '물가에서 적의 육지상륙을 막는다'는 뜻으로,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공항, 항만 검역단계에서 차단하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외국인 입국규제, 지정시설 격리, 코로나 검사 등이 이 일환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말 오미크론 유입을 막겠다며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 등의 초강수 대책을 뽑아들었으나 폭증 사태까지는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일미군 기지 내 집단 감염, 해외에서 입국한 일부 내국인들의 방역 수칙 위반 등으로 방역에 구멍이 생긴데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3차 백신 접종 상황(접종률 0.8%), 연말연시 잦은 모임과 이동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긴급사태 발령시에는 최근 살아나기 시작한 내수회복세가 다시 얼어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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