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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을 만든 대장정 길… 50일간 1만5500㎞를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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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손호철/이매진/2만5000원


레드 로드/손호철/이매진/2만5000원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국공 내전 상황에서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등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홍군 8만5000여명을 이끌고 장제스의 국민당군을 피해 370일 동안 1만2500㎞를 걸어 걸어 옌안으로 탈출한 사건이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겨야 했던 나날이었지만 민중지지를 얻고 전세를 뒤집어 대륙을 차지했다. 패주였지만 ‘장정(The Long March)’이란 명예로운 이름을 얻었다.

신간 ‘레드 로드’는 학자로서 흔들림 없이 진보적 학술활동과 사회운동을 펼쳐 온 정치학자 손호철이 “21세기를 이해하려면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하며,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핵심은 대장정”이라며 마오쩌둥과 홍군이 걸은 대장정 길을 50일에 걸쳐 따라간 답사기다.

애초 2008년 답사와 출간도 이뤄졌는데 당시 티베트 사태와 대지진 때문에 못 간 쓰촨성 구간을 다시 다녀와 새로 출간했다. 장정 당시나 지금이나 워낙 오지, 험지가 많아 저자는 1년 반 동안 중국어와 영문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했고, 6개월 동안 베이징에서 실전 중국어를 배웠다. 이후 중국 남부 장시성 난창에서 시작된 1만5500㎞의 답사에는 마오쩌둥·류사오치·펑더화이의 생가, 덩샤오핑이 문화대혁명 때 하방당해 일한 트랙터 공장, 공산당이 봉기를 일으킨 난창과 창사, 마오쩌둥이 유격전을 벌인 징강산, 시안 사변의 현장인 시안 등 중국 현대사 현장이 빠짐없이 포함됐다. 홍군에 참여한 98세 노인, 님 웨일즈의 소설 ‘아리랑’ 주인공인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아들 까오잉광을 비롯해 오늘의 중국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과거 굴욕을 씻고 웅비하려는 현재 중국에서 ‘장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외국인으로서는 드문 ‘장정’ 답사자가 된 손호철은 “중국에서 가장 낙후한 오지를 주로 지나간 탓에 자연스럽게 낙후한 중국 농촌의 실상을 잘 볼 수 있었다”며 “불평등을 해소하고 화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농민을 수천 년의 압제와 수탈에서 해방하려 한 장정의 정신”이라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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