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25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문을 틀어막아 채 의원이 감금됐다. 그는 창밖으로 기자들을 향해 "창틀을 뜯어서라도 나가겠다"고 외쳤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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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역할은 그동안 방치됐던 공정을 이재명 후보의 경제정책 전면에 세우는 것이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선거대책위원회 내 후보 직속 공정시장위원회를 맡은 채이배 전 의원이 규정한 자신의 역할이다. 그는 지난 26일 “개미투자자를 울리고 주식시장의 기반을 갉아먹는 불공정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소위 ‘작전 세력’에 대한 사전 감시와 사후 처벌 강화 방안을 내놨다. 지난 13일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사범들을 철저히 응징하고 공정한 주식거래를 해서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언을 2주 만에 정책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채 전 의원은 ‘참여연대’‘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경제개혁연구소’ 등을 거치며 ‘공정한 시장질서’를 정치·사회활동의 유일 테마로 삼아왔다. 국민의당 소속으로 입성한 20대 국회에서도 그는 ‘미스터 공정’으로 불렸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방지 규제 도입, 분식회계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 등에 입법활동의 주안점을 두면서 생긴 별명이다. 지난 8월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김성식 전 의원들과 함께 펴낸 ‘어젠다K 2022’ 정책집의 키워드도 ‘공정’이었다.
정작 그를 유명인으로 만든 건 2019년 4월 “창틀을 뜯어서라도 나가겠다”고 던진 한마디와 사진이었다.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이던 그가 고위공직자수사처 법 처리에 찬성표를 던지려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실에 감금당한 채 창밖의 기자들을 향해 외친 말이다.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채 전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손을 잡은 이유도 “공정”이라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3축(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에서 ‘공정경제’는 맨 뒷순위였다”며 “‘공정하지 않은 경제구조에서는 창의와 혁신, 그리고 성장도 없다’는 이 후보의 생각과 내 생각이 정확히 상통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0일 입당식에서 채이배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에게 자신의 책 '공정한 경제 생태계 만들기'를 선물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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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 후보와 인연이 있나
A : “사적 인연은 없다. 영입 발표 전 식사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내가 많은 질문을 했다. 멀리서 볼 땐 이 후보에 대해 ‘고집스러움’, ‘국가 주도식 경제관’ 등 선입견이 있었지만 우려는 금세 불식됐다. 시장 메커니즘을 존중하고 실용적 문제 해결을 꾀하는 인물이라 판단했다.”
Q : 왜 이재명인가
A : “정치 활동 내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게 공정한 경제 생태계 구축이라 말했고 후보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래서 직접 공정시장위원회를 꾸렸고 민생회복·양극화 해소·시장질서 확립 이 세 가지 부분에 대한 정책 설계를 맡고 있다.”
Q : 국민의힘도 영입하려 했다는데
A : “내게 직접 한 것은 아니고 함께 민주당에 온 김관영 전 의원 통해서 온 제의였다. 그러나 이미 나는 지난 8월부터 윤석열 후보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해 왔다.”
Q : 왜 윤석열은 아닌가
A : “윤 후보의 공정관, 기업관에 대해 실망했고 우려가 크다. ‘경영진을 직접 처벌하는 문제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윤 후보 발언이 단적 예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사람이고 기업 범죄도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인에 대한 벌금 수준으로 갈음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숱한 기업인을 수사에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 정치에 나와 갑자기 말을 바꾸는 걸 보고 신뢰할 수 없다고 느꼈다.”
이 후보가 내세운 경제 슬로건은 ‘전환적 공정성장’이지만 지난 16일 선거대책위원회 워크숍에선 ‘공정’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점한 긍정 키워드라는 분석 결과가 제출됐다. 이 자리에선 “‘공정’이라는 단어 대신 이 후보의 실행력·추진력 등 다른 키워드에 집중하자 ”는 제안마저 나왔다.
Q : 윤 후보가 선점한 ‘공정’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A : “검사로서 법치에 대한 강점 갖고 있지만 본인의 삶 속에서 공정을 구현해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부인 문제만 봐도 그렇다. 저와 이 후보가 공유하는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위한 정책을 풀어내다 보면 ‘이재명표 공정’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Q : 문재인 정부의 공정과는 뭐가 다른가
A : “문재인 정부는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를 내세웠지만 실천이 부족했다. 공정 경제는 맨 뒷순위였고 제대로 이행된 게 없다. 다음 민주당 정부에선 우선순위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공정 경제를 1순위로 두지 않는 한 아무리 규제를 개혁해도 그 과실은 재벌·대기업으로 빨려 들어간다.”
Q : 김종인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A : “김 위원장은 헌법 제119조 2항,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 만드는 데는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이후 실질적인 경제민주화 구현이라는 성과를 일구지 못했다. 선언적 말들이 있었을 뿐이다. 시민운동과 의정활동 내내 양극화 해소와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와는 다른 길이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채 전의원과 함께 입당원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1.12.10/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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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 후보와 직접 소통하나
A : “정책 관련 논의가 원활하다. 손실보상을 ‘선지원·사후정산’을 제안했더니 이 후보가 발 빠르게 픽업했다. 이 후보의 실용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Q : 공정시장위원회의 다음 테마는
A : “20·30세대의 관심이 큰 가상자산(코인) 관련 공약을 준비 중이다. 현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을 부정적으로만 보며 방치해 왔다. 많은 투자자가 제도망 바깥에서 피해를 봤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상 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와 기준을 만들 때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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