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문제와 당 내 분란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주춤하는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25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한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이 청렴하게 행정 한다는 건 국민이 인정했다”면서도 공정성 측면에선 이 같은 평가를 했다. “청렴ㆍ공정성ㆍ실력, 이 세 가지를 다 갖춰야 정말 훌륭한 정치인”이라며 한 얘기다.
25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TV 캡처 |
이 후보는 이날 문 대통령의 '청렴'은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공정성에는 이처럼 "약간의 의문"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실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후보는 뒤이은 질문에서 곧바로 자신의 실력을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말에 그는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장ㆍ도지사 하면서 일을 맡겨놨더니 일을 잘하네’하는 효능감과 실력에 대한 기대로 왔기 때문에 그 점을 설명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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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으로는 보수”…“내각, 자기 진영 사람만 써 문제”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총량으로 보면 저는 보수 색깔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나가는 말로 "(과거에)'내가 진보다, 진짜 보수를 줄인 말이다' 이런 농담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에 대해서도 “진보정당이라고 보기 어렵고, 중도 보수에 가깝다”라고 규정했다. '진보 정신'을 표방해온 현 정부와는 대비되는 언행으로,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 후보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건 진보라 할 수 없다”며 “안타깝게도 (현재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전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현 정부에서 다음 정부로의 교체가 ‘비정상의 정상화’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후보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진보처럼 보이긴 하는데, 제가 주로 하는 말은 ‘법대로 하자, 공정하게 하자, 신뢰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다”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저는 원래 친기업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관료들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전문 관료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정했지만 (앞으론) 그럴 수 없다”며 “규제 (정책)의 전환과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길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26일 KBS 일요진단에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KB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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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26일에도 이 후보의 차별화 기조는 이어졌다. 이 후보는 KBS에 출연해 인사와 관련, “국민의 삶과 국정 수행에 도움이 되면 진영을 가리지 말고 최대한 유능한 사람을 써야 한다”며 “내각도 우리 진영 안에 있는 사람 중에 고르다 보니 사람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 내내 비판이 제기됐던 '회전문 인사' 논란을 에둘러 비판한 모양새다. 이 후보는 “저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할 때도 전임 집행부나 야당 인사라도 (기용했다)”면서 “제가 임명한 인사는 저와 호흡하게 돼 있다. 오히려 진영이 다르면 더 열심히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지만,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연금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도 이 후보는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금 내는 사람, 받는 사람, 앞으로 가입할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 합의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연금개혁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 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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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수습한 與…지도부도 차별화 드라이브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가속 페달을 밟는 데엔 '여당 내부의 분열적 요인들이 어느 정도 수습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와 최근 회동하면서 경선 갈등 후유증을 가라앉혔고, (이 후보가 비판한) 조국 전 법무장관 지지자가 많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도 목전에 다가왔다”며 “단단해진 진영 기반을 바탕으로 정치 무대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 후보 측 관계자도 “내부 분열 요소가 남아있을 땐, 현 정부와의 차별화가 내분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안정됐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차별화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적 변화”라며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빚진 게 없다. 오히려 문 정부에서도 비주류로 고발당하고 수사당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서던포스트ㆍCBS 조사(24~25일)에서 ‘이 후보가 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지’항목에 대해 "도움이 된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52.8%, ‘도움이 안 된다’는 38.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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