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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윤석열 “중대재해법 경영 의지 위축”…연이틀 ‘왜곡된 노동관’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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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윤 당선 땐 과로사회” 비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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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2시간제·최저시급이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에 동조한 데 이어 1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정치 입문 뒤 이어지고 있는 ‘왜곡된 노동관’을 보여주는 윤 후보의 발언에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며 “대통령령을 촘촘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해 기업하시는 데 걱정이 없도록 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춰 근로자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안전 보장’을 약속하긴 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에 장애가 되는 법이라는 인식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었다.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자와 법인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이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시행령에서는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한 사업장에서 1년 안에 뇌·심혈관 질환(과로)이나 직업성암 질환자가 3명 이상 발생해도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사각지대가 많은 불완전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윤 후보는 이마저도 손질하겠다고 한 것이다.

윤 후보는 전날 충북 청주시에 있는 강소기업 ‘클레버’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최저시급제’(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중소기업인의 고충을 거론하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비현실적 제도는 다 철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틀 사이에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노동 관련 법제를 한꺼번에 비판하고 폐지·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용진 민주당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은 “윤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과로사회로 가는 문이 열린다”며 “그야말로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질 것이다. 실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국민을 일하는 기계로 취급하고 부려먹겠다는 식의 발상은 개발독재정권 때나 가능할 법한 발상”이라며 “주 4일제는 고사하고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며 폐지하겠다니 윤 후보에게 시급한 것은 대선 출마가 아니라 사회화”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어 “산재와 과로사,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의 수가 수천을 헤아리는 장시간 노동의 현실을 막아서고자 부족하나마 법으로 정한 ‘법정노동시간’을 외면하고 주 52시간제 철폐를 주장하는 그의 머릿속을 정말 들여다보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노동에 대한 혐오에 기초하고 차별과 갈등을 노골적으로 표하는 자가 꿈꿀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는 등 여러 보완 제도를 만들었는데 주 52시간제 폐지를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만약 주 52시간제 운용이 경직돼 있다면,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소 휴식시간 보장제를 적용하는 동시에 하루 단위 근로시간 제한을 폐지하는 대안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청주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52시간도 주로(1주 단위로) 끊을 것이 아니고 기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제가 향후 차기 정부를 담당하게 되면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는 정책을 입안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는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도 “‘일하려는 많은 분들을 실제로 채용해서 일정한 소득이 가게 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간담회 뒤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강력한 예방을 위한 장치여야지 사고 났을 때 (사업주에게) 책임 떠넘기는 그런 식으로 운영돼선 안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재훈 오연서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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