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를 기준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오를 경우 수익을 내는 선물·옵션 상품의 거래가 많이 늘었다. 2014년 이후로는 아직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적이 없다. 지난달 초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로 오르면 수익을 내는 선물 투자 상품도 나왔다.
그동안 원유 관련 파생금융상품은 석유회사나 원자재 전문 헤지펀드 등이 거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주로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던 펀드매니저들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최근 물가가 상승하면서 이들이 운용하던 펀드의 가치가 하락한 게 중요한 계기였다. 펀드매니저들이 물가상승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원유 선물 투자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스위스 SYZ프라이빗뱅킹에서 투자부문 대표를 맡은 루크 필립은 “최근 원유 관련 상품을 계속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운용하는 고객 투자금은 285억 달러”라며 “물가상승으로 고객 투자금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펀드에 몰리는 자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당분간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1분기에나 원유 공급의 차질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지난 9월 원유 생산 목표를 하루 40만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지난달과 이번 달에는 추가로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했지만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WSJ은 “원유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믿는 대로 이뤄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에 투자하고 이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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