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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 무료회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속 마무리되는 가운데 현행법을 폭넓게 적용해 '단순 시청자'의 처벌 범위를 확대한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텔레그램의 기술적 특성을 분석해 적극적으로 법리를 해석한 결과입니다.
오늘(5일) 언론 취재에 따르면 청주지법 제천지원은 올해 3월 박사방 무료회원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3년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A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방조죄와 음란물 소지죄입니다.
그는 2019년 12월 초 조주빈(25) 등 박사방 운영진이 무료방에서 홍보 목적으로 진행한 '실시간 검색어 미션' 등에 참가했습니다.
지시에 따라 특정 검색어를 포털사이트에 입력한 A씨 등은 이튿날 운영진이 올린 미성년 피해자의 성착취물을 시청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A씨가 의식적으로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스트리밍 등 방식으로 성착취물을 단순 시청했음에도 소지죄가 유죄로 인정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텔레그램의 기능적 특성 때문입니다.
텔레그램은 대화방에 올라온 영상·사진 등 미디어 파일을 일정 용량 한도 안에서 자동으로 사용자의 단말기에 저장합니다.
전국적으로 박사방 무료회원 305명을 특정해 수사해온 경찰은 이런 기능을 검증해 성착취물 시청과 '소지'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다른 메신저 앱 사례지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전송받아 시청했는데 휴대전화에 자동 저장됐다면 성착취물 소지로 볼 수 있다고 한 지난해 1월 서울고법의 판례도 근거가 됐습니다.
이런 수사의 결과 지난달 광주지법 순천지원도 경찰의 텔레그램 실험·분석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무료회원에게 방조죄와 소지죄 모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n번방은 사회적 공분이 일었던 사건이고, 방에 들어간 모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타당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며 "기존의 판례나 소지 개념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독일 등 사례를 참조했고 검증 결과도 있는 만큼 기소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같은 사례에 법적 판단은 아직 엇갈립니다.
지난 7월 의정부지법이 무료회원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건에서도 경찰의 실험 결과가 증거로는 채택됐지만 B씨는 방조죄로만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시민단체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무료회원의 '단순 시청' 행위로도 캐시 폴더에 불법촬영물이 저장되므로 시청과 동시에 소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습니다.
최근 판례들에서 아청법상 '소지'는 '사실상의 점유 또는 지배하에 두는 행위'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성착취물을 보관·유포·공유할 수 있는 상태에 있고 언제든지 접근 가능하며 실력적으로 지배할 의도가 있다면 소지로 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무료회원에게 '사진·영상을 저장하려는 고의'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텔레그램의 기술적 특성 때문에 소지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개별 사안마다 상황이 다를 텐데, 피고인이 '소지의 고의가 없었다'거나 '자동 저장이 되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쟁점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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