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했다는 표현도 사실과 달라
비용 집행 기관 “아직 송금 안해
최종 보고까지 끝나야 돈 나가”
BTS가 현지 시각 20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과 함께 김정숙 여사의 방문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 행사는 계약된 조건 외 행사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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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의 ‘BTS 열정 페이’ 보도를 청와대가 반박했다. “소속사와의 협의에 따라 사후 정산이 이뤄졌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정부 공식 문건에 따르면, BTS와 소속사는 ‘18~19일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공연 영상 촬영, 편집’에 필요한 비용을 받기로 정부 산하 기관과 계약한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BTS는 이 기간이 아닌 20~22일 문 대통령 부부와 황희 장관 행사에 잇달아 불려다녔다. 그나마 ‘정산이 이뤄졌다’는 돈도 아직 미지급 상태였다.
조선닷컴은 29일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확인 취재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UN 총회에 참석한 BTS에게 정부가 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30일 오전 보도했다. 외교부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통해 ’BTS에게 여비로 지급된 내역은 없었다’고 확인했고, 문체부 대변인실도 세 차례 조선닷컴 취재에 구두로 “BTS에게 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기사가 나간 30일 오후 이를 번복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어제 답변 과정에서 문체부 내부만 확인한 뒤 답변을 했는데, 오늘 보도가 나간 뒤 산하기관에서 지급된 내용을 찾아 봤더니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여비가 지출된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확하게 확인 못하고 말씀 드린 부분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가 출입기자단에 “BTS의 항공 및 체류 비용 일부를 사후정산 형식으로 진행했고 이미 정산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해당 보도를 ‘악의적인 오보’로 규정하며 “방탄소년단의 순방행사 참석과 관련한 규정 내의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나 공식 문건 내용은 이들 주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해외문화홍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17일자 BTS 소속사와의 ‘UN 총회 참석 계기 문화행사 개최’ 용역 계약서에 따르면, BTS가 홍보원과 맺은 계약은 18~19일 BTS 공연 사전 녹화, 편집, 프로덕션 진행이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을 20일 오전 UN본부에서 상영하고, 그 대가로 BTS 멤버 7인과 스태프 49인 등 총 50여명이 해당기간 뉴욕에서 필요한 경비 7억17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계약의 전부였다.
그런데도 BTS는 계약 조건에는 나오지 않은 ▲김정숙 여사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방문 동행(20일) ▲문재인 대통령의 ABC 인터뷰 동반 출연(21일) ▲황희 문체부 장관의 뉴욕한국문화원 전시회 방문 동행(22일) 등의 일정을 소화했고, 정부는 이를 홍보에 활용했다.
‘여비가 이미 지급됐다’는 표현도 사실이 아니었다. 비용을 집행하는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는 “계약은 맺었지만 송금은 아직 하지 않았다”며 “완료 보고가 끝나야 돈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수십명이 움직이는 수억원짜리 행사를 계약금도, 중도금도 없이 행사가 끝난 뒤에 비용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민간 기업을 상대로 하는 갑질”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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