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의 탄생·뮤즈, 글쓰기를 배우다
금융이 생산 부문에 자본을 공급하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거대한 부의 약탈 기계로 변모하는 금융화 과정을 조명한 책이다.
글로벌 경제와 정치 분야 저널리스트이자 분석가인 저자는 최근 수십 년간 금융 부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전체 경제가 황폐해지는 역설을 "금융의 저주"(Finance Curse)라고 규정한다.
또한 파생상품, 신탁, 특수목적회사, 사모펀드 등 첨단 금융기법들의 작동 원리를 해부하면서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단하고,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는 또 다른 금융위기를 경고한다.
아울러 점점 투기시장으로 변모되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판의 날을 세운다.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끌어모은 돈을 이용해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대신 자사주 매입 같은 행태로 주가 상승을 견인해 주주나 경영진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직원이 5천 명이고 투자는 많지만, 수익은 보잘것없는 기업과 막대한 대출을 받아 열 배의 수익을 올리지만, 직원이 100명에 불과한 사모펀드 가운데 전자가 훨씬 더 경제활동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대출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는 독점 기업들과 금융 관계자, 이를 용인하는 정부를 약탈자들이라고 규정하며 이들에 맞서 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키. 56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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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증의 탄생 = 조셉 윌리엄스·그레고리 콜럼 지음. 윤영삼 옮김.
인간은 오늘 무슨 옷을 입을까와 같은 사소한 문제부터, 어떤 종교를 믿을 것인지 결정하는 심오한 문제까지 지인들과 다양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또한 사업을 하거나 공공정책을 결정하거나 어떤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지 판단하거나, 갈등을 봉합할 시민적 해법을 찾는 토론을 할 때도 대화는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이처럼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방어하고 설득하는 기술은 사적인 상황은 물론, 사회적, 직업적 상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보편적인 행동을 저자들은 '논증'이라고 말한다. 책은 이 같은 논증의 본질을 비롯해 추론하고 결론을 끌어내는 방법, 책임과 인과관계와 같은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주장이 담긴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반론을 제기하는 방법 등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논증 모형을 보여주는데, 이런 논증 방법이 글쓰기의 창조성을 억압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를 완벽하게 습득해 물 흐르듯이 쓸 수 있다면, 훨씬 더 창의적인 방식의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마치 셰익스피어가 당대 드라마와 시의 관습적인 틀을 완벽하게 습득한 후 이를 변형, 파괴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시카고대 라이팅 센터 설립자이자 동 대학 영문과 명예교수인 윌리엄스와 버지니아대 라이팅 프로그램 책임운영자인 콜럼이 함께 썼다.
2008년 번역 출간된 이후 새롭게 나온 원서를 다시 번역한 개정판이다.
크레센도. 688쪽. 2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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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즈, 글쓰기를 배우다 = 에릭 A. 해블록 지음. 권루시안 옮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아'를 보면, 첫 구절에 등장하는 여신이 있다. '뮤즈'다.
일리아드는 "노래하소서 여신이여"로, 오디세이아에선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로 시작한다.
호메로스는 이렇게 뮤즈에게 노래해달라고, 혹은 들려달라고 요청한다. 즉 호메로스의 노래가 아니라 뮤즈가 전하는 노래인 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뮤즈의 구술성은 양피지, 종이의 발달로 문자로 점차 바뀌었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교수를 역임한 고전학자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문자혁명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천천히 진행됐으며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구술과 문자는 서로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문자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뮤즈는 역사학자와 철학자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인간의 의식 변화가 오늘날까지 서양 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학동네. 18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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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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