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색 스타트업계에… 기술력 앞세운 제조업체들 속속 등장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유망 제조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제조 강국이지만 주목받는 신생 제조 업체는 드물었다. 16개에 이르는 한국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도 인터넷·IT 업체 일색이다. 하지만 로켓·위성·신소재 같은 첨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창업자들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첨단 제조업은 기획력부터 제품 설계 및 생산 능력까지 갖춰야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면서 “하지만 로켓 산업을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 드론의 최강자인 중국 DJI처럼 시장 선점에 성공하면 미래 산업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콘 꿈꾸는 한국 제조업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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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페이스X·DJI 꿈꾸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출신인 박재필 대표가 2015년 세운 나라스페이스는 50㎏ 미만 초소형 위성을 개발한다. 이 위성은 크기는 작지만 우주에서 지상의 1m 크기 물체를 식별하는 정확도를 자랑한다. 박 대표는 “낮은 궤도에서 정밀한 카메라를 활용하면서, 2500억원을 들인 아리랑2호와 비슷한 성능을 25억원의 제작비로 구현했다”면서 “해양 물류, 항만 관리, 해양 환경 분석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플라잉카(비행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여성 창업자도 있다. 홍유정 대표가 2016년 창업한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드론의 핵심 기술인 드론 비행제어장치를 개발했다. 양손이 아닌 한 손으로 드론을 완벽하게 조작하는 조종기, 드론이 공중에 멈춘 상태를 유지하는 호버링 기술도 갖고 있다. 모두 수입에 의존하던 기술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유망 스타트업을 인증하는 ‘예비 유니콘’에도 선정됐다. 홍 대표는 “올 하반기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작하고, 현재 시제품 단계인 플라잉카도 내년 시험 비행에 나설 것”이라며 “매일 하늘을 날아 출퇴근하는 근사한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소·부·장 업계에도 유니콘 후보들 등장
한국 산업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장에도 유니콘 후보들이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조재필 교수가 창업한 에스엠랩은 배터리 소재 전문 업체이다.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강국이지만 핵심 소재 대부분은 해외에 의존해왔다. 에스엠랩은 수명이 길고 폭발 위험이 적은 배터리 양극재를 개발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조 교수는 “전기차 10만대 이상에 양극재를 공급할 공장이 내년 완공된다”고 했다. 링크솔루션은 아모레퍼시픽,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주문한 3D 프린터를 맞춤형으로 생산한다. 미래차에 들어갈 내장재 생산용 3D 프린터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 개발자 6명이 공동 창업한 에임트는 진공 단열재 분야에서 미국·독일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엔 보랭 가방, 백신용 진공 가방 등을 내놓았다. 갈승훈 대표는 “의약품 보관 가방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고 개봉 여부까지 알 수 있는 첨단 기능을 앞세워 바이오 의약품의 저온 유통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미 벤처 투자자 에일린 리가 2013년 ‘상장하기 전 스타트업이 이 정도 몸값이 되는 건 유니콘처럼 보기 힘든 일’이라고 한 걸 계기로 투자업계 용어가 됐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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