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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PTPP 가입 공식 신청…미 ’중국 봉쇄’ 돌파 전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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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 “미 고립 노력에도 중국의 굳건한 의지 입증”

가입 위해선 일본·호주 등 모든 회원국 동의 필요하고

중국도 지식재산권·노동권·국영기업 관련 조항 받아들여야

미 전문가 “중국 협정 규정 이행 어렵다”며 비관적 견해 밝혀


한겨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에 참가한 11개국 대표들이 2019년 5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모여 회의를 연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티아고/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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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미-중 갈등 등 국제정치적 역학을 고려한 움직임이란 평가 속에 실제 가입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밤 자료를 내어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데미언 오코너 뉴질랜드 무역장관에게 협정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왕 부장과 오코너 장관은 전화회의를 통해 중국의 협정 가입을 위한 후속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협정의 사무국 구실을 하고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은 지난 2018년 3월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 등 11개국이 체결한 다자 간 자유무역 협정이다. 뉴질랜드 무역부의 자료를 보면, 협정 참가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총생산의 13.3%(약 10조6천억달러)에 이른다. 협정은 2018년 10월 말 호주가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협정을 비준하면서, 규정에 따라 60일 뒤인 같은 해 12월 발효됐다.

애초 이 협정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미-일이 선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무역 규범을 만든다는 취지로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 직후 탈퇴를 선언하며 큰 충격을 남긴 바 있다.

그간 중국은 여러 차례 협정 가입 의지를 밝혀왔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화상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협정 가입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업무보고에서 협정 가입 문제를 공식화한 바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현재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인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이 아시아 중심의 제한적 제체라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은 캐나다·페루 등까지 포함돼 지리적으로 훨씬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며 “협정 가입 신청은 코로나19 사태와 미국의 중국 고립·봉쇄 노력에도 자유로운 국제무역에 대한 중국의 굳건한 의지를 새삼 입증해준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중국 상무부는 16일 밤 누리집을 통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포위를 위한 미·영·호의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 결성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중국 상무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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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의 협정 가입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애초 협정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협정 가입국 간 공정한 무역질서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탈퇴하면서 남은 국가들끼리 후속 협정을 체결했지만, 관련 규정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실제 모두 30개 장으로 이뤄진 협정은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18장)·노동권 보장(19장)·환경보호(20장) 관련 규정을 담고 있다. 특히 ‘공정 경쟁’을 내세워 국가가 50% 이상의 지분 또는 의결권을 확보한 ‘국영기업’(SOEs)에 대한 연례 정보 공개 의무 등을 규정한 제17장이 중국의 협정 가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웬디 커틀러 전 아시아 담당 미 무역대표보의 말을 따 “중국이 협정의 규정을 이행하는 것은 설령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협정 가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일본·캐나다·호주 등 기존 참여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은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을 미국과 함께 주도했다. 캐나다와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신병처리 문제를 두고 3년째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파이브 아이즈’ 등 다자 안보 협력체에 적극 가담해 온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의 협정 가입 신청 전날 미국·영국과 함께 새로운 안보 협력체 ‘오커스’를 결성했다. 이날 중 관영매체들은 호주를 겨냥해 “미국의 사냥개”, “일벌백계의 대상” 등의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앞서 영국도 지난 2월 협정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영국의 가입 절차가 먼저 마무리되면 중국의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 중국의 가입 신청에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관심사다. 협정의 규정이 고스란히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쟁점과 맞닿은 탓에, 교착상태인 양국 무역협상에도 파급이 있을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협정 복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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