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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대한민국 역사 사랑할 수 없다”…30대 남성,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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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나단 씨, 입대 예정일에 병역 거부 기자회견

지난 7월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대체복무 신청 기각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 사랑할 수 없어…병역 의무 거부”

헤럴드경제

군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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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입대가 예정된 한 30대 남성이 “대한민국의 과거 역사를 사랑할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30대 남성 나단 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는 제가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사랑하지 않는 존재를 목숨 바쳐 구할 의무가 제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는 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다면 언제나 국민이라 불리는 이들을 향해 스스럼없이 돌아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며 복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씨는 “제주도에서 자국민을 죽인 친일 잔존세력과 자본가, 지주계급이 있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무려 18년간이나 온갖 부정한 방법과 감언이설로 국민을 우롱하고 핍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광역시를 틀어막고 숱한 사람을 죽여가며 정권을 유지하고자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속내 역시 자신과 자본의 이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3일 나씨는 병역 거부자로서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대체역 편입 신청을 했다.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지난 7월 16일 전원회의에서 “나씨의 신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체복무 신청을 기각했다. 나씨는 신병훈련소에 이날 입소하라는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입영을 거부했다.

그는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제 양심을 판단한 후에 저를 대체역에서 떨어뜨렸다”며 “저는 기각의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이어지는 소송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꼼짝없이 감옥에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 양심은 감옥에 가는 것으로 비로소 증명이 되겠지만 아직도 교도소가 개인의 양심을 증명해주는 기관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는 군 문화를 비판했다. 나씨는 “아직도 많은 청춘이 군대라는 곳의 비민주적인 운영, 폐쇄적인 제도와 문화, 비리와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며 “제가 대체역 심사를 받는 동안에도 두 명의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군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스스로를 파괴시키며, 스스로를 점점 더 낯선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일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군대를, 병역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씨는 “비록 저는 ‘위법’이라는 이름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이고, 제가 무죄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가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작 증명돼야 하는 것은 정말로 국가라는 것이 내 삶을 바쳐 의무를 다해야 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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