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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졸지에 내란 맛집 됐다"…'내란버거' 요청에 롯데리아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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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현직 정보사령관이 계엄 사전 모의를 한 것으로 나타난 한 롯데리아 매장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별점 1점을 주는 등 사이버 테러를 가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맵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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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정보사령관이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계엄 사전 모의를 한 것으로 드러나자 일부 누리꾼이 해당 점포에 대해 온라인 리뷰 테러를 하는 등 사건과 무관한 자영업자들이 피해 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이틀 간 지도 애플리케이션 카카오맵에는 경기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의 롯데리아 지점에 대한 리뷰가 180여개가 새로 달렸다. 이곳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노상원(62·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계엄 발령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등 계획을 논의한 장소로 지목됐다.

댓글 내용은 대부분 “그들이 먹었던 메뉴를 ‘내란 모의세트’로 만들어 출시해달라”, “나라를 팔아도 아깝지 않은 맛”, “이곳이 그 유명한 계엄 본점” 같은 계엄과 관련한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2014년 통합진보당이 내란 음모를 모의한 장소로 지목된 것 역시 다른 지역의 롯데리아라는 점에 착안해 “졸지에 내란 맛집 됐다”는 댓글도 달렸다.

영수증이나 결제 내역 인증 없이도 리뷰를 쓸 수 있는 카카오맵 등에선 해당 매장에 대해 5점 만점 리뷰에 1점을 준 후기도 많았다. 무차별적인 리뷰 테러가 과열되자 “가게 직원과 점장은 무슨 죄인가”, “별점 테러는 하지 말자” 등 옹호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앞서 집회 현장 인근에서 외부인에게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여의도 글래드 호텔 등도 리뷰 테러를 당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과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앞으로 해당 호텔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 “옆 은행 건물은 화장실 개방돼 있다. 시국이 정리되면 적금이라도 하나 들겠다” 같은 반응이 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호텔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객 안전을 위해 방문객의 출입을 잠시 통제해야만 했고, 이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약속한 호텔이 반드시 취했어야 할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탄핵 반대 호텔’이란 오명이 붙었다. 이후 호텔이 화장실을 개방한 뒤에야 누리꾼들은 리뷰를 수정했다. 여의도의 또 다른 한 호텔은 온라인에서 부정적으로 거론되자 리뷰창을 잠시 닫기도 했다.

계엄·내란과 무관한 연예인도 악플 공격을 당했다. 국회에서 첫 탄핵소추안 표결을 한 지난 7일 SNS에 일상·홍보 게시글을 올렸던 가수 임영웅과 배우 차은우에게는 “이 시국에 뭐하냐”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김태연 법률사무소 태연 변호사는 “악성 리뷰를 써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처벌되지 않는 사례가 대다수”라면서도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인 악의적 감정을 모욕적으로 표현하면, 사실 적시가 아닐 경우 모욕죄로 처벌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특정 사안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도를 지나치게 되면서, 엉뚱한 대상을 낙인찍고 공격하는 행동은 정의를 빙자한 집단 가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단체로 정치적 움직임을 보일 때는 냉정을 유지해야 한단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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