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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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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의혹, 진실이 우선입니다 [이상언의 '더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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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공격하는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기획, 청부했다는 주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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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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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때로는 좀 불편하지만 그만큼 큰 힘이 있잖아요.” 배우 정해인씨가 며칠 전 화상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인기 비결이 “진정성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보며 배우 정해인씨가 말한 ‘진실의 힘’을 떠올립니다. 제기된 주장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윤 전 총장의 대선 주자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반대로 의혹이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의 부인과 반박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의혹의 핵심은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지난해 봄에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작성했느냐는 것입니다. 또 이 고발장 초안을 손 검사가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느냐는 것입니다.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닙니다. ①손 검사가 작성했나? ②만약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의 지시에 따른 일인가? ③김 의원이 고발장 초안을 받았나? 이 세 가지만 분명히 하면 끝날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 날이 지나도록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정확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손 검사는 의혹 제기 직후에 “사실이 아니고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뭔가를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말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섞어 하고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평소의 그답지 않습니다.

윤 전 총장이 꼭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지금 그의 대선 행보를 지지하는 국민 중 상당수는 ‘진실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그 이후에 벌어진 참담한 ‘진실 파괴’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정치 신인 윤석열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이것이 ‘윤석열 팬덤’의 본질이고, 윤석열의 '대의'입니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은 달라야 합니다. 조국 전 장관과 그를 옹호하는 정치인처럼 거짓말 또는 아리송한 말로 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묘하게 팩트를 왜곡하며 ‘대안적 진실’의 세계를 만든 그들의 길을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의혹의 실체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하길 기대합니다. 두 사람은 높은 책임감과 도덕성을 요구받는 고위 공직자입니다. 윤 전 총장도 만약 ‘사주’와 ‘무관’의 사이에 진실이 놓여 있다면(손 검사와 윤 전 총장의 당시 상황 인식이나 기억이 다른 경우를 의미합니다), 그대로 이야기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기 바랍니다.

한국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에 거짓말 못 하는 병에 걸린 3선 의원(라미란 분)이 등장합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허물을 숨기지 못하게 돼 몰락의 위기를 맞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해피 엔딩입니다. 배우 정해인씨가 말했듯이 진실은 때로는 고통을 주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 사건 흐름을 정리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이 뒤로 물러나 있으니 정황 논리와 추측이 난무합니다.

■ 윤측 “고발장 조작 가능성”…여권선 수세 몰린 윤의 사주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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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간사(왼쪽 둘째)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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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을 넘겼다는 시점부터 관여한 인물은 물론, 결과까지 석연치 않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5일 국민의힘 관계자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의혹이 제기된 관련자 대부분이 부인하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이날 “확인 결과 고발 사주 문건이 당에 공식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에선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진실 공방의 포인트를 쟁점별로 짚어봤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이 건네진 시점은 4·15 총선이 임박한 지난해 4월 3일과 8일이다. 당시 윤 전 총장 측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현 국민의힘 의원)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에게 텔레그램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건넸고, 김 후보는 이를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는 게 의혹 보도의 요지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당시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4월 3일은 MBC가 제보자X를 중간에 끼고 3월 31일 한동훈 검사와 채널A 이동재 기자가 총선에 개입할 의도로 유시민을 잡아넣겠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해서 세상을 뒤집어 놓은 지 사흘 후다. ‘검찰 쿠데타’ 프레임이 쫙 깔리던 시기”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때 윤 총장이 야당에 청부고발을 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반문했다.

윤 전 총장도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당시는 검찰 보복 인사로 흉흉했다. 고발이 들어간다고 해도 수사를 할까 말까인데 그런 걸 사주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안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정반대로 본다. 윤 전 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과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윤 총장이 수세에 몰린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반전 카드로 여권 인사 고발 사주로 맞대응하려 했다고 의심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차로 ‘유시민 엮기 공작’을 벌였으나 제보자X의 제보로 탄로가 나자 다시 범정(수사정보정책관) 손 검사를 이용해 4월 3일, 2차 청부고발 공작을 한 것”(3일 페이스북)이라고 공세를 폈다.

윤 측 “고발장 내 글씨체 다르다”

‘윤석열 총장→손준성 정책관→김웅 후보→통합당 법률지원단’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대해서도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권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아직 통합당에 막 입당해 당내 입지가 튼튼하지도 않은 김웅 의원에게 부탁했다?”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윤석열 캠프 총괄 실장인 장제원 의원도 “김 의원은 당시 의원도 아닌 데다 ‘새로운보수당’ 측에 있다가 우리 당에 와서 공천을 받고 출마한 분이다. 그분에게 고발장을 전달할 바보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 김웅 의원은 검사 시절 ‘윤석열 라인’에 속해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윤 전 총장과 별다른 친분도 없었다.

하지만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는 사법연수원 29기 동기다. 손 검사가 직접 야당 지도부에 전달한 끈이 없었다면 김 의원에게 전달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는 게 여당 측 주장이다.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손 검사가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보낼 당시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 있는 화면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는 “자체 분석 결과 ‘손준성’ ‘보냄’의 글씨체가 다르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손 검사도 고발장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웅 의원은 지난 3일 “제보받은 자료라면”을 전제로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여권에선 “일반적인 공익 제보와 수사를 하는 검찰이 특정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고발장을 대신 써준 것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3일 다섯 차례 당 소속 인사에게 여권 인사와 언론사 기자 등 11명의 이름이 적힌 고발장을 보내면서 “확인하시면 방 폭파”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폭파’란 텔레그램 기능 중 하나로 대화를 나눈 공간(방)을 한번에 다 없애는 삭제 기능을 말한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지난 2일 “나는 제보를 받으면 ‘이 대화방을 나가자. 폭파시키자’고 말한다”고 했다.

여권 “틀린 최강욱 주민번호 연달아 기재”

실제 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논쟁거리다. 이날 이준석 대표는 KBS TV에 나와 ‘당 차원에서 문건 접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당 공식 기구인 법률자문위원회에 공식 접수된 바는 없고 회의에서 거론된 적도 없다는 것까지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개별 법률자문위원 등은 확인 중으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당시 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은 정점식 의원이었다. 현재 윤석열 캠프에서 ‘공정과상식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당시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정점식 의원에게 전달해 바로 고발하는 게 맞지 왜 건너건너서 그런 짓을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반면에 여권에선 해당 고발장에 나온 최강욱 의원 주민등록번호가 ‘680324’로 틀리게 적혀 있는 점을 두고 의심한다.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통합당이 최 의원을 고발(다른 사건)하면서 똑같이 잘못된 주민등록번호를 적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 의원은 68년 5월 5일생인데, 두 고발장이 똑같이 3월 24일생으로 적시한 건 우연일 수가 없다”며 “결국 연장선상에서 고발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이상언 기자 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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