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전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증시에서는 다소 의외의 수혜주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33개월 만이다.
통상 금리 인상 수혜주로는 은행주가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 수익의 원천인 예대마진이 개선되고 이는 순이익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작 은행주 주가는 신통찮았다. 주식 투자 시 기대수익은 크게 시세차익과 배당, 2가지다. 이 가운데 은행주는 시세차익보다는 배당을 노린 투자 수요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당국 배당 규제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국내 은행주는 매력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금리 인상에도 주가가 무덤덤했다.
반면, 갚지 않은 빚을 대신 받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채권추심(推尋) 종목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 고려신용정보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신용정보협회 기준 국내 채권추심업계 1위다. 고려신용정보는 꾸준한 실적 개선과 높은 배당수익률로 고질적이던 저평가를 꽤 해소하고 최근 주가는 1만원 선을 등락한다. 지난 8월 26일 금리 인상 소식에 주가는 6%가량 올랐다.
채권추심업체는 경제 불황기 때 수혜를 누리는 것이 보통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야 이들의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소식에 이 같은 업체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을 두고 자본 시장의 냉혹한 단면이 드러난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앞으로 한은 금통위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자영업자 등 한계 상황에 내몰린 가계와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대부업체 리드코프와 푸른저축은행 등의 주가가 함께 강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령, 리드코프는 전통적으로 불황기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찰적 실업 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일시적 유동성 공백에 시달린다. 신용도가 높으면 은행 같은 제1금융권 문을 두드리면 되지만, 신용등급 5~7등급을 밑도는 저신용자군은 당장 급전을 빌릴 곳이 마땅찮다. 실제 리드코프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주가가 가장 높았다. 리드코프는 석유 유통업과 소비자금융업(대부업)이 주된 사업 모델이다. 최근 수년간 대부업이 금융당국의 법정 최고 금리 규제 등으로 진통을 겪었지만 살아남은 ‘생존자’에게 시장을 독식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 금통위가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이들 불황 수혜 금융주 주가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배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