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 제기 김어준, 특검 무혐의엔 침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현주 특별검사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현주 특별검사팀은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 모두 불기소로 결론 냈다. /김지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특검이 10일 무혐의 처분한 ‘세월호 영상녹화장치(DVR) 바꿔치기’ ‘세월호 CCTV 조작’ 의혹 등은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제기돼 확산했다. 지난 1월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이 무혐의 처분한 ‘세월호 고의 침몰설(항적 조작 의혹)’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지금껏 이 의혹들을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꾸준히 다루며 영화로까지 제작했지만, 특검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14일까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2015년 인터넷 방송서 의혹 제기… 세월호 수색 군인 조롱도

김어준씨는 2015년 9~10월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 67·68회’에서 영화감독 김지영씨 등을 불러 해군이 수거한 세월호 DVR이 조작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2015년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진행하는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수색 작업을 하던 해군 잠수사들은 2014년 6월22일 밤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에서 DVR을 발견해 수거했다. 이 DVR은 원래 세월호 안내데스크 쪽 벽면에 위치해 있었다. 해군 잠수사들이 이 DVR을 발견했을 당시에는 벽면에서 얼마간 떨어져 나와 있는 상태였다.

김 감독은 해군이 발견한 DVR이 세월호가 기울어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케이블선 등으로 고정돼 있던 DVR이 튀어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김 감독은 “누군가 DVR을 먼저 수거해 CCTV 영상을 조작했고, 나중에 해군이 가서 발견한 것처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임유철씨도 이 방송에 출연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임 감독은 안개가 자욱한 날 해군이 굳이 수색 작업을 벌였다 바닷속에 있던 DVR의 상태가 너무 깨끗하다 해군 잠수사의 수중 촬영 카메라에 DVR 수거 장면과 상부에 보고하는 음성 등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임 감독은 세월호 수색 현장에서 A 해군 잠수사가 DVR 수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도 촬영해 공개했다. A씨가 “처음엔 (DVR이) 컴퓨터 본체인 줄 알고 보고를 하고 케이블을 제거…”라고 말하는데, DVR 수거 당시를 촬영한 영상에는 상부에 보고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에 김어준씨는 A씨를 겨냥해 웃으며 “텔레파시를 했나 보지?” “문자한 거 아니냐?” 등 조롱성 발언을 이어갔다.

◇김어준 통해 확산한 의혹, 특검은 모두 무혐의

세월호 특검은 지난 10일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며 “90일의 수사 기간 동안 해군·해경 등 10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78명을 조사했다”며 “169테라바이트 분량의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고 4000시간 상당의 해군·해경 음성 교신을 녹취해 면밀히 검토했지만 범죄 혐의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검 결과 발표문에 따르면 세월호 DVR 수거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는 2014년 6월 수거 당시에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유가족들은 해군 잠수사 등으로부터 수거 경위 등을 들은 후 의혹이 해소됐다고 말했고, 이와 관련해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그러나 이듬해 김어준씨 등은 이 의혹을 다시 제기하기 시작했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직접 조사해 의혹을 구체화했다.

조선일보

2014년 4월 해군 SSU 소속 군인이 세월호 수색 작업을 위한 잠수를 마치고 바지선 위로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특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벽면에 고정돼 있던 DVR이 튀어나와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참위의 감정서에 대해 “수중에서의 조류 등을 감정에 고려하지 않았다”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천장에 있던 별 모양 장식을 근거로 DVR 발견 당시 위치가 석연찮다는 사참위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별 모양 장식은 3층 전체 여러 곳에 설치돼 있는데다 침몰 이후에 별 장식이 제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DVR 수거 영상이 제대로 촬영되지 않은 것은 뻘과 부유물이 많아 카메라 시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바다에서 갓 꺼낸 DVR이 깨끗했던 것은 수거 직후 바지선에 있던 해경이 세척했기 때문이다. 2014년 6월22일 안개가 낀 밤 해군이 DVR을 수거한 것은 2014년 6월15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DVR을 찾아달라”고 해군에 제안했고, 이에 해군이 DVR의 위치를 특정해 수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외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에서 파생한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유가족에 DVR 수거 고지누락 의혹’ ‘DVR 관련 당시 정부의 적정성에 대한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세월호 의혹 영화로 만들어 44억 매출

김어준씨와 김지영 감독은 함께 ‘세월호 고의 침몰설’도 주장했다. 누군가 세월호 앵커를 내려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박근혜 정부가 참사 초기에 발표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 자료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의혹 등을 1년 2개월간 수사했던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은 국내 23개 AIS 기지국과 해외 AIS 수집업체, 민간 선박의 AIS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지난 1월 밝혔다.

조선일보

2018년 '세월호 고의 침몰설' '세월호 DVR 조작 의혹' 등을 담은 영화 '그날, 바다' 무대인사에 참여한 제작자 김어준(왼쪽),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배우 정우성, 김지영 감독(오른쪽). /네이버 영화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2018년 4월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과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을 담은 영화 ‘그날, 바다’를 개봉시키기도 했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54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4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영화 제작비는 9억원인데, 김씨는 이 세월호 영화와 18대 대선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영화 등을 만들겠다며 시민 1만2000여명으로부터 20억원을 모금했었다.

이 영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 초기 MBC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작년 7월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취재’하기보다 상상·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다가 반박이 나오면 그냥 무시한다”며 “대중은 김어준의 이런 행동방식에 매우 관대하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