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걷다 지치면 반려견과 텐트서 1박…이름 없는 바닷가가 최고 여행지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해파랑길 8코스에 위치한 슬도를 트래킹 중인 이수경 작가와 반려견 장군이(왼쪽), 연두. [사진 제공 = 이수경 작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작가 이수경 씨(사진)는 최근 여행책 '네발로 떠난 트래킹'을 출간했다. 여행책은 하루 걸러 출간될 정도로 많지만 이 책은 좀 특별하다. 반려견과 동행하는 국내 유일무이한 트래킹 안내서이기 때문이다. 열 살이 된 반려견 골든레트리버와 함께 수년간 걸었던 곳 중 50곳을 추려 엮어낸 책이다.

삼척 트래킹에서 막 돌아온 그를 전화로 최근 만났다. 왜 함께 떠났을까.

"대학생이 되고 국토대장정을 떠나려니 마당에 남겨질 반려견 장군이가 눈에 밟혔어요. '마당보다 넓은 세계를 보여주자'는 마음이 깊어져 제주 올레길부터 일단 걸었습니다."

매일경제

국내 여행지 50곳을 트래킹한 이수경 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때는 이 작가의 나이 17세. 집안 막내였던 그에게 '동생' 장군이가 생겼다. "팔자에 없던 개 누나"가 된 그는 직접 코스를 발굴하며 여행지를 수년간 함께 다녔다. 처음에는 책으로 쓸 생각이 없었지만 연강나룻길 대관령옛길 모정탑길 대매물도 등 산과 섬을 걸은 흔적을 엮으니 한 권의 책이 됐다.

"대부분 휴양림이나 국립공원은 반려견 출입이 어려워요. 무작정 찾아가지 않고 포털사이트 위성지도를 펼쳐놓은 뒤 수기로 일일이 체크하며 안전한 여행길을 모색했습니다. 강과 산, 녹지림, 등산로를 검색하고 특히 장군이 체력을 고려해 등고선을 확인한 다음 어렵지 않은 길을 찾았어요."

땅에 발을 딛고 걷는 것이 좋아 스포츠아웃도어학을 전공으로 택한 그는 길을 체험하고 안내하는 로드플레이어로도 활동 중이다. 그만큼 베테랑이지만 여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일경제

국내 여행지 50곳을 트래킹한 이수경 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군이와 둘이 걷다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는 백패킹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영남알프스 9개 산을 지나는 여행길. 산을 3개나 지나온 터라 돌아갈 수도 없는데 등산로가 확실하지 않았다. 밤이 산을 어둑어둑 집어삼키고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 걷다 보니 혼자 다닐 때보다 더 많이 검색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장거리 산행을 하다 보면 간혹 계획에서 어긋날 때도 있어요. 분명 고생스럽지만 다치지 않고 서로 의지해 상황을 극복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껴요."

매일경제

국내 여행지 50곳을 트래킹한 이수경 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래킹 코스를 걷는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매번 '좋아요' 수천 개가 눌린다. 폴로어는 4만명쯤 된다. 그는 기억에 남는 코스로 인천 굴업도를 추천했다. 또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 해안선이 이어지는 '해파랑길'과 남해안 해안선 여행길 '남파랑길'도 추천한단다. 그러나 진짜 비경은 다른 곳에 있었다.

"사실 수려한 풍광을 뽐내는 여행지는 이름도 없고 사람도 잘 없는 그런 해안가라고 생각해요. 며칠 전 여행한 삼척 해안가에서는 지명(地名)도 딱히 없지만 기암괴석이 너무나도 멋진 곳을 발견했습니다. 장군이와 바다를 보고 걸으면 힘든 순간이 모두 잊히죠."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길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책에 '누나의 TMI'란 제목으로 곳곳에 적어뒀다. 반려견과 걸을 때면 "길과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각자의 반려견뿐 아니라 반대쪽에서 다가오는 여행객 안전이 중요해요. 피해를 주지 않고 또 피해를 받지 않도록 대비해야죠. 길에 대한 예의도 지켜야 하고요. 적어도 '앉아' '엎드려' '기다려' 정도는 꼭 훈련시킨 후 떠나야 상호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국내 여행지 50곳을 트래킹한 이수경 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투르 드 몽블랑 트래킹에 이어 이탈리아 스위스에도 장군이와 함께 다녀온 뒤 '유럽, 우리 함께 오길 잘했다'를 몇 해 전 썼던 그의 다음 책 테마는 '제주도'다. "장군이에 이어 반려견 '연두'를 입양하니 여행이 더 풍성해졌다"는 그는 "걷는 길에 장군이와 연두가 없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반려견과의 첫 트래킹을 계획해보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김유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