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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써봤다] 대화면 태블릿 '갤럭시 탭 S7 FE'…이정도면 가성비 충분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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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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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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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난 2002년 한 통신사 광고에 사용된 이 카피는 나이에 얽매여 있던 우리 사회의 관습과 권위주의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며 지금까지 명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우리는 나이라는 숫자가 적어서, 혹은 많아서 할 수 있고 없는 일들이 정해진다는 사회적 통념을 넘어 개인 본연의 가능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스펙(제품사양)'만으로 평가절하당하고 있는 비운의 IT 기기가 있습니다. 바로 최근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태블릿 '갤럭시 탭 S7 FE'입니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과한 스펙 하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한데 직접 써보니 비판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펙상 수치로 보이는 부분과 실제 체감상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논란의 갤럭시 탭 S7 FE 가성비, 이렇게 평해봅니다.

"스펙은 숫자에 불과하다."

'팬 에디션'이란 이름의 무게

갤럭시 탭 S7 FE란 제품명에서 'FE'은 '팬에디션(Fan Edition)의 약자입니다. 팬들을 위해 팬들이 좋아하는 기능들을 담아 만든 제품이란 의미입니다. 주로 플래그십 제품에서 잘 안 쓰이는 사양을 낮추고 가성비를 높인 제품에 붙이는 삼성전자의 네이밍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탭 S7' 시리즈는 삼성전자 태블릿 제품 중 가장 고급 기종입니다. 역대 갤럭시 태블릿 중 가장 큰 12.4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탭 S7 플러스(+)'는 현존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에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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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프리미엄 태블릿 '갤럭시탭 S7' 시리즈/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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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는 이런 갤럭시 탭 S7 플러스에서 파생된 제품입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12.4형으로 동일해 '대화면'의 장점을 계승한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다만 디스플레이 패널은 슈퍼 AMOLED에서 TFT-LCD 패널로 바뀌었습니다. 또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 '스냅드래곤865+'에서 '스냅드래곤 750G'로, 램은 6~8GB에서 4~6GB로 하향됐습니다.

이런 변화에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같은 'FE' 타이틀을 붙인 스마트폰 '갤럭시 S20 FE'의 경우 '갤럭시 S20'과 동일한 최신 AP를 탑재하고도 가격을 크게 낮춰 호평을 받았거든요. 근데 이번 갤럭시 탭 S7 FE의 경우 AP 스펙 하향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디스플레이 주사율이 120Hz에서 60Hz로 낮아진 점도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습니다. 이도 마찬가지로 갤럭시 S20 FE는 지켜준 기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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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0 FE\'/ 사진 =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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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전자가 AP와 주사율만큼은 양보 못한다는 팬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죄는 분명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제품의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실제 써보면 왜 이 제품이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할만한 수준입니다. 다만 'FE'란 이름이 가진 의미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못한 게 현재 비난의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대화면+S펜' 고려하면 역대급 가성비?

일단 가격을 보면 갤럭시 탭 S7 플러스의 출고가는 128GB LTE 모델 기준 124만9600원입니다. 갤럭시 탭 S7 FE의 경우 128GB LTE 모델이 77만원입니다. 무려 47만9600원이나 차이가 납니다. 좀 더 저렴한 64GB LTE 모델의 경우 69만9600원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저렴한 와이파이 전용 모델이 출시되지 않은 점은 좀 아쉽습니다만, 경쟁 제품에 비하면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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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패드 프로 5세대 /사진=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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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시장에서 12인치 이상의 대화면 모델은 드문 편이고, 가장 고급 모델에 속해 기본적으로 고가입니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패드 프로' 12.9형의 경우 가장 저렴한 128GB 와이파이 모델이 137만9000원입니다. 여기에 갤럭시 탭에는 기본 구성품인 '애플펜슬'까지 16만5000원에 따로 사야 합니다. 이 비용을 합치면 갤럭시 탭 S7 FE는 거의 절반 가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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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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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태블릿은 '넷플릭스 머신'이라고 불릴 만큼 동영상 시청에 최적화된 기기 입니다.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죠. 요즘 대학생들은 노트북 대신 태블릿을 들고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필기구가 기본 지원된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그간 고가 모델 밖에 없던 '대화면에 손필기 가능한 태블릿' 제품군에 대학생이나 세컨드 노트북을 필요로 하는 직장인 등이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온 건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유니크한 포지셔닝이 스펙 논란 때문에 잘 드러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성능 차이는 있으나 충분히 쓸만하다

그럼 소비자들이 지적한 AP 성능과 주사율 하향이 정말 못쓸 만큼 지나친가 살펴보겠습니다. 직접 삼성전자 매장에 가서 갤럭시 탭 S7 플러스와 갤럭시 탭 S7 FE를 나란히 놓고 써본 결과, 당연히 차이가 없진 않습니다.

갤럭시 탭 S7 플러스는 성능이 대단합니다. AMOLED의 쨍한 화면은 물론, S펜 필기감도 레이턴시(지연)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합니다. 앱 구동에서도 버벅거림을 전혀 느낄 수 없고 화면 스크롤도 부드럽습니다. 역시 소비자들에게 호평 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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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에서 3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시킨 모습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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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 역시 화질은 흠잡을 곳이 없이 선명하고 밝은 편입니다. 다만 S펜 필기감은 체감상 '2%'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펜이 지나가는 속도보다 선이 그려지는 속도가 미세하게 느립니다. 아마 주사율 차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급의 작업이 아닌 일반적인 메모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닙니다. 120Hz 주사율 화면이 부드러워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60Hz 주사율이 도저히 못봐줄 수준인 건 아닙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아직은 60Hz가 주류고, 120Hz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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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에서 모바일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실행한 모습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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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차이도 고사양 게임 등을 돌릴 때 차이가 나긴 합니다. 특히 '오딘'이나 '제2의 나라' 같은 최신 고사양 게임에선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소문처럼 4K 동영상을 돌리면 렉이 생긴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동영상 시청이나 웹서핑, 기본 앱 구동 환경 등에선 크게 버벅거림을 느끼지 못했고, 최대 3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 있는 멀티태스킹도 원활히 작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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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에서 4K 동영상을 재생한 모습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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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성능 차이는 있되, 가격 차이보다는 훨씬 작은 폭"이라는 결론입니다. 꼭 가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납득할만한 체감 성능입니다. PC도 일반 사무용과 게이밍 PC가 다르듯, 사용 패턴에 따라 선택할 문제입니다. 대화면으로 동영상 시청, 문서 작성, 노트 필기 등에 가볍게 활용하려면 FE도 충분하고, 고사양 게임까지 완벽하게 즐기고 싶다면 플러스를 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갤탭 S7 FE'가 '아이패드' 보다 좋은 점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얘기가 하나 더 남았습니다. 비슷한 가격대면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를 사는 게 낫지 않냐는 지적입니다. 화면 크기는 더 작지만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폰12'와 동일한 최신 'A14 바이오닉' 칩셋으로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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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 에어' / 사진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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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크고, AP 성능이 우수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운영체제(OS)가 다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이 높은 한국에선 사용하기에 제약이 따른 점은 고려할 사항입니다. '세컨드 스크린' 기능으로 별도 연결선 없이 삼성 노트북의 듀얼 모니터로 활용하거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작업하던 내용을 그대로 이어서 하는 등 다양한 '갤럭시 생태계' 연동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갤럭시 탭의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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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 덱스 모드 실행 화면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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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시리즈의 경우 삼성이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OS를 태블릿에 맞게 잘 다듬어놨기 때문에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물론, 아이패드와 비교해도 오히려 더 나은 점들을 갖추게 됐습니다. 특히 직접 써보니 태블릿을 사무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면 갤럭시 탭 S7 FE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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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 덱스 모드 실행 화면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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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는 화면을 3분할 해서 앱을 띄울 수 있고, 특히 PC와 유사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덱스(Dex)' 모드가 있어 키보드와 마우스만 있으면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실제 써보니 유튜브를 띄워 놓고 오피스로 문서 작성하면서 웹서핑까지 동시에 해도 원활하게 작동했습니다. '삼성노트' 등 기본앱의 성능이 좋고, 태블릿에 최적화된 다양한 서드파티 앱들을 선별해 탑재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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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하면 디자인인데, 갤럭시 탭 S7 FE도 거의 흡사하다 싶을 정도로 좋아진 모습입니다. 제품 재질이나 색상 등이 은은하고 고급스러워 보급형 느낌이 전혀 없고, 오히려 아이패드 프로 같은 플래그십 제품과 견줄만한 수준입니다. 특히 대화면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매우 가볍고 그립감이 좋아 한 손으로 들어도 무리가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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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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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탭 S7 FE는 스펙표만 보고 미리부터 실망하지만 않는다면 한 번 써볼 만한 제품입니다. 대화면 태블릿을 부담없는 가격으로 써볼 수 있다는 점에서 태블릿에 입문하거나 기존 태블릿 화면이 작아서 불만이던 사용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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