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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산소 부족 심각한 동남아 국가들 …미얀마 군정은 산소통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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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12일(현지시간) 자카르타의 시민들이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산소충전소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 자카르타|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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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크게 영향받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의 환자들이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병상 포화로 집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많은데 산소공급이 부족해 연일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산소부족 상황을 이용해 시민들을 통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는 대표적인 산소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국가들이다. 만수크 락스만 만다비야 인도 신임 보건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구자라트의 한 병원의 산소정제 공장 두 곳을 가동시켰다. 이날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만다비야 장관의 취임 후 첫 행보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7일 코로나19 방역실패 책임을 물어 보건부 장관을 교체하는 등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만다비야 장관이 산소 부족 해결부터 나설 정도로 인도는 최근 심각한 산소대란을 겪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6월 인도에서는 산소 부족만으로 최소 600명이 숨졌다. 델리의 자이푸르 골든 병원에서는 산소가 떨어져 몇 시간 만에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의료용 산소는 호흡기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1ℓ의 압축산소에는 일반 산소 200ℓ가 들어 있는데 공기 중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산업용과 의료용으로 사용되며 의료용의 경우 더 높은 순도가 요구된다.

인도는 압축산소 제조 공장이 몰려 있는 세계적 산소 수출국이다. 정부가 너무 늦게 움직여 벌어진 대란이었다. NYT는 “주 정부와 생산업체 간 불화를 겪으면서 산소 공급이 지언됐는데, 델리 공무원들은 산소를 생산하거나 저장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고 확보한 산소의 양이 줄어들면 줄어드는대로 배분하기만 바빴다. 일부 환자 가족에 따르면 자이푸르 골든 병원은 산소가 고갈되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에게 아무런 경고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산소 공급과 배분의 사령탑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방정부와 각 병원들에게 맡긴 결과였다. 인도 정부는 병원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산소 공장을 160개 이상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3일 미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산소를 수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부디 구나디 사디킨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일일 400t이던 산소 수요가 2000t을 넘어섰고, 이는 국내 일일 생산능력인 1700t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이날 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4만7899건으로 누적 감염자는 260만명, 사망자는 6만8000명이다.

군부 쿠데타 정권이 통치하는 미얀마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여 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군정이 산소를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와디는 조민툰 미얀마 군정 대변인은 지난 12일 “산소공장은 개인에게 산소를 팔 수 없으며 정권이 통제하는 병원과 검역소 등에만 공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발표에 따르면 개인이 산소를 공급받으려면 보건 당국자의 허가서가 필요하다. 미얀마의 신규 감염자는 13일 기준 4047명, 누적 확진자가 20만1274명이다. 만달레이의 한 구호단체 직원은 “산소가 부족해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제 병원에서만 23명이 죽었고, 오늘 아침 9구의 시신을 묻었다”고 이라와디에 전했다.

군정이 산소 공급의 고삐를 죄면서 공포와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현지매체 미지마는 “따로 산소를 구하려는 시민들에게 군인들이 총을 쏘고 쫓아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툰 대변인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미얀마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우리는 숨 쉴 수 없다’(We can‘t breathe)는 구절이 올라오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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