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박용진 '기본소득' 등 이재명 지사 공약 집중 공세
추미애, 홍준표는 '윤석열 때리기'로 반사 효과
여야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각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이들의 '저격수'를 자청한 여야 잠룡에게 이목이 쏠린다.
이 지사에 대해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매서운 공세를 가하고 있다. 윤 전 총장 견제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들의 '저격'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도 대선 국면의 관전 포인트다.
박용진 "李, 했던 말 뒤집어"
여당 내에선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이 '이재명 저격수'로 통한다. 박 의원은 당 경선 전부터 "제게 한 시간만 주시면 이재명 지사를 제대로 검증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달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 무책임한 논쟁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개헌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문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 지사가 정치적인 유불리에 따라 태도를 바꾼다"고 공격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 돌입하자 본격적으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난 3일 1차 TV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이 제1공약이 아니라고 한 것을 보고 귀를 의심했다"며 "말을 바꾸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한 정치인, 불안한 정치인이라고 비판받는다"고 말했다.
5일 2차 TV 토론회에서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를 비교하며 "윤 전 총장은 한 말이 없지 한 말은 뒤집은 적은 없다. 이 지사는 했던 말도 뒤집는다"고 했다. 그는 같은 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지사도 서운해하실 게 아니라 제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을 서로 검증하고 토론해야 한다"며 "이게 민주당의 흥행카드"라고 강조했다.
3차 TV 토론회에선 '대학 미진학자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하자는 건 제 공약이 아니다'고 대답한 이 지사를 향해 "그럼 뭐가 공약이냐"고 반문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공약 이행률 90%가 넘는 저를 말 바꾸기 정치인으로 억지스럽게 몰아가려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박 의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희숙 "李, 비전도 책임도 없는 포퓰리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출마 전부터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 경제통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포퓰리즘 파이터'로 불렸다.
윤 의원은 지난 5월부터 이 지사와 페이스북에서 설전을 펼쳤다. 특히 '기본소득'을 두고 이 지사를 향해 "알면서 치는 사기냐" "비전도, 책임도 없는 포퓰리즘"이라며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도 연일 이 지사 저격에 나섰다. 윤 의원은 지난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여권 선두 후보는 가난하든 부자든 모든 국민에게 세금을 뿌려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한다"고 이 지사를 콕 집어 비판했다.
6일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지사가 기본소득 얘기를 하는 건 그냥 정치적인 의도 말고는 없다고 본다"며 "아주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제대로 된 기본소득이 뭐냐'는 질문에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이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된다고 하는 수준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지사의 '미군 점령군' 발언 논란에 대해선 "반공 아니면 민주, 친일 아니면 애국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국민을 갈라서 본인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추미애 "尹, 꿩 잡는 매 두려울 것"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재임 시절부터 윤 전 총장과 검찰개혁을 두고 대립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후 윤 전 총장이 사퇴하고 정치권 등판설이 나온 뒤부터 추 전 장관은 본격적인 저격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추 전 장관은 한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제가 지휘감독자"라며 "'꿩 잡는 매가 두렵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맹공을 이어갔다. 추 전 장관은 출마 선언 후 "윤석열 X파일을 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스스로 만들었거나 또는 덮었거나 하는, 정말 문제적 총장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추·윤 갈등'에 대해서는 "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문제"라며 진실 없는 프레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며칠 뒤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접객원 '쥴리'였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대선 후보는 가족, 친인척, 친구 관계까지 다 깨끗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윤 전 총장은) 정치를 하고 있다. 사법부 판단이 성급했다"고 했다. 전날 있었던 TV 토론에서는 "정치 중립의 의무가 생명과도 같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반헌법적인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비판했다.
윤 전 총장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뒤 여권 지지층에서 추 전장관 지지율이 오르고, 정치기부금도 답지하고 있어 그의 '윤석열 때리기'는 경선 국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홍준표 "尹, 흠집이 있으면 반품해야"
야권에서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매서운 '윤석열 저격수'로 통한다. 국민의힘 '적통'을 강조해온 그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우선 윤 전 총장을 꺾어야 한다.
지난달 24일 홍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나라를 통치하는 데 검찰 수사는 1%도 안 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달 들어서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쇼핑몰 신상품에 빗대어 "신상품이 배송되면 직접 보고 흠집이 있으면 반품을 하지 않느냐"고 했다. '반품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배송 주문도 안 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선언이 예정된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주목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정책 대결도 하고, 도덕성 검증도 하면서 경선 일정에 참여하는 게 좋다"며 입당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홍 의원의 자제를 요구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범야권 후보군이 함께할 수 있도록 우려 섞인 비판의 메시지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영세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홍 의원은 본인 얘기나 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일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쥴리 의혹'과 관련해 "SNS나 옐로 페이퍼에서나 거론할 문제를 정식으로 지면에 거론해 버렸으니까 상당히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제완 기자/김진석·이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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