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룸·시시리바의 집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메모리얼 가든'과 표제작 '통영'을 포함해 단편 7편을 묶었다.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내듯 낯설고 먼 타국에서 쓴 작품들이다.
떠난 자들의 고단함과 애환, 실패와 상처, 상실과 인내, 그리고 꿈과 애환 등을 그려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힘든 현실 앞에 좌절하고 도피하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수용하고 삶으로 돌아온다.
"이민 와서 겨우 일 년이 되었을 때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 아이가 백일이 되었을 즈음, 통장의 잔고는 물론 영혼까지 끌어모아 식당을 열었다. 남편은 생전 처음 주방에서 서양 요리를 했고, 나는 갓난쟁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식당으로 나와 서투른 영어로 홀에서 음식을 날랐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지만 가게는 매일매일 망해갔다. 이러다가 아이들과 함께 이국의 길바닥에 나앉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 기다리는 것은 고역이었다. 기다리지 않기 위해 계산대 아래 한국 소설책을 펴놓고 고개 숙여 읽기 시작했다. 오지 않는 손님은 오지 않을 미래처럼 막막했지만 그럴수록 책은 재밌었다. 손님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내 앞에 서 있는 줄도 모르고 읽는 것에 몰두할 때도 있었다.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회피라고 해야 할까, 도망이라고 해야 할까, 위안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걸 기도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걸까. 내 소설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이다.
강. 240쪽. 1만4천 원.
▲ 위스퍼 네트워크 = ''미투' 캠페인의 확산과 함께 자주 쓰인 '위스퍼 네트워크'(Whisper Network)란 용어를 소재로 쓴 미스터리 스릴러다.
여성 변호사인 챈들러 베이커의 첫 번째 성인용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위스퍼 네트워크'는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 중 성희롱 또는 추행 의혹이 있는 사람의 요주의 명단을 은밀히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은 한 회사 법무팀을 배경으로 사내에서 발생한 추락사의 이면에 숨겨진 음모와 비밀을 네 여성의 시선을 통해 드러낸다.
최고경영자 승진이 예고된 한 남성 임원은 능력이 출중하지만, 여성과 관련된 추문이 나돈다. 이 임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그가 회사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 것을 그냥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문학동네. 504쪽. 1만5천800원.
▲ 버닝 룸 = 미국의 인기 범죄 스릴러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신작 장편소설로 세계 40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에서 미제 사건을 담당하는 해리 보슈가 20년 전 일어난 화재와 미제 총격 사건이 내막을 밝혀낸다. 사건·사고 기자 출신다운 작가의 촘촘한 구성이 돋보인다. 한정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480쪽. 1만6천 원.
▲ 시시리바의 집 = 고딕 호러의 전형적 소재인 '귀신 들린 집'을 현대적 스타일로 다룬 일본 작가 사와무라 이치의 장편 호러소설. 일본 최고 영매사 히가 고토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 중 하나다. 집안 곳곳에서 모래가 쏟아져 내리는 낡은 단독주택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선희 옮김.
아르테. 360쪽. 1만7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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