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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세 손가락 경례’ 미얀마 축구 대표 골키퍼, 귀국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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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 위험 판단…일본 정부에 보호 요청, 난민 신청하기로

[경향신문]

경향신문

일본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을 치른 미얀마 축구대표팀 선수가 16일 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일본 정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해당 선수는 경기 전 국가 제창 때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미얀마에 돌아가면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17일 미얀마 축구대표팀 후보 골키퍼인 삐에 리안 아웅(27·사진)이 전날 밤 간사이 공항에서 귀국을 거부하고 일본 정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조만간 일본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할 예정이다.

미얀마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중순 일본에 입국해 일본,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을 치렀다. 후보 선수인 삐에 리안 아웅은 일본전을 앞두고 국가 제창 때 벤치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그의 손가락에는 “우리에게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쓰여 있었다. 세 손가락 경례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미로 미얀마 시민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삐에 리안 아웅은 이달 초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세 손가락 경례의 이유에 대해 “불안정한 미얀마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1일 쿠데타 이후 군부의 탄압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16일까지 시민 865명이 사망했다.

당초 그는 15일 타지키스탄과의 경기 직후 팀을 떠날 계획이었다. 미얀마 출신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아웅 먀윈이 숙소 밖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그를 데리고 이동하려 했다. 아웅 먀윈 역시 1988년 미얀마의 ‘8888 민주화항쟁’에 참여했다가 2004년 일본으로 망명한 바 있다. 하지만 탈출 작전은 미얀마 대표팀의 삼엄한 감시로 불발됐다. 삐에 리안 아웅은 숙소에서 빠져나오려다 대표팀 관계자에게 붙잡혀 방에 감금됐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얀마행을 고민했다고 한다. 미얀마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얀마 축구연맹 간부도 전화를 걸어와 신변 안전을 약속하며 귀국을 설득했다.

삐에 리안 아웅은 16일 오후 9시20분쯤 국제선 탑승장으로 들어갔다가 홀로 빠져나왔다. 그는 17일 공항에 모인 기자들에게 “돌아가면 내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는 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지난 4월 축구대표팀을 소집했지만 선수 10명가량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소집을 거부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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