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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내연녀 허락받고 집에 들어가 부정행위 후 남편이 고발…'주거침입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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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부정행위 민법상 책임 있다" / 변호인 "국가 지나친 개입…간통 우회처벌"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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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가 부정행위를 한 뒤 그 남편으로부터 고발된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검찰은 거주자 전원의 동의를 받지 못했으며, 부정행위는 민법상 책임을 져야 하므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며 폐지된 간통죄를 대신해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려 한다고 문제 삼았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등 2건에 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B씨 집에 들어가 부정한 행위를 해 B씨의 남편으로부터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됐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먼저 검찰 측은 함께 살고 있는 이들 모두의 주거 평온을 보장하기 위해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런 관점에서 범죄를 목적으로 집에 들어가거나 출입 과정에서 시설 파손이나 흉기 소지 등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출입 과정이나 이후에 범죄가 없었더라도 부정행위와 같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다른 거주자가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 사회통념상 분명하므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남편의 친구들이 집에 오는 것을 꺼리는 사례처럼 범죄나 민법상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 사건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며, 피해자인 B씨의 남편이 동의하지 않는 행위이므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재현 오산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는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하는 오늘날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김 교수는 "사적 공간이 타인에게 허락 없이 공개되면 안 된다. 이런 점도 보호법익으로 이해해야 한다"라며 "사람이 현존해야 하는 현실적 평온 침해로 이해할 게 아니라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함께 거주하는 이들 사이의 의견 대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형벌권 남용이라고 맞섰다.

아내가 타인의 출입을 이미 허락한 상황에서 남편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처벌하려 한다면 가족 간 우선순위를 규정하는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족 외에 함께 자취하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거주자의 동의 없는 출입이 빈번한데, 이를 모두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했다.

특히 다른 거주자의 동의가 없는 출입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면, 국가가 형벌권을 통해 주거 내 의견 일치를 강제할 수 있다며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A씨 사건에 관해서는 간통죄가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우회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주거침입의 죄를 묻는 게 아니냐고 문제제기했다.

변호인 측 참고인인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모와 자녀 사례를 들며 공동거주인 전원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거론했다.

김 교수는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가 교제를 금하는 자를 주거 내로 들일 때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 자녀는 주거침입죄의 교사범, 종범, 심지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했다.

이날 공개변론 대상에는 다툼을 벌인 부부의 주거침입에 관한 사건도 있었다. C씨는 D씨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간 뒤, 자신의 부모와 함께 한달 만에 귀가하려 했다. 그러나 D씨의 부탁을 받은 처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출입문을 부쉈고, 결국 C씨는 자신의 부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측은 C씨 등이 출입문을 파손했으므로 범죄 행위가 있었다는 점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또 C씨가 다툼을 한 뒤 집을 나갔으므로 공동주거자의 지위를 가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변호인 측은 가족들이 의견 대립을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C씨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와 함께 출입한 것이므로 자신들의 행위가 법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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