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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김창균 칼럼] 이준석 플랫폼에 올라타는 2030, 野 경선이 결승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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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이어 野 대표도

선택하고 당선시킨 2030,

대선서 시대 뒤집을 기세

野 는 마이크 건네는데

與는 親文이 발언 검열

청년이 어느 쪽서 놀겠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러분이 나를 당 대표로 만들어 주셨다”는 말로 수락 연설을 시작했다. 유권자가 주어, 자신은 목적어라고 했다. “여러분이 저와 함께 역사 속에 발을 들여 놓았고, 우리가 만들어 나갈 역사 속에 지분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과, 그 후보가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 2030 유권자들을 적극 개입시키겠다는 예고다.

이 대표는 이미 그 예비 실험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월 보궐선거 때 화제를 모았던 2030 시민참여 유세단이 그의 작품이다. 청년들이 신청만 하면 사전 검열 없이 마이크를 잡게 해줬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차에 올라선 2030들이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을 신랄하게 성토했다. 기성 정치인들의 지원 연설은 1, 2만 조회 수가 고작이었는데 청년 연사들의 거칠고 투박한 울분 토로가 수십만 명씩 손님을 끌어 들였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20대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역사의 경험치가 없어서라고 했다. 20대가 민주당을 찍지 않는 진짜 이유를 알려 드리겠다. 첫째, 미래 세대에게 빚만 떠넘기고 태양광 친환경 사업, 자기들끼리 해먹는 행태에 분노한다. 둘째, 토착 왜구니 건물주니 하며 국민을 이리저리 쪼개는 분열의 정치에 신물이 난다. 셋째, ‘평등 공정 정의’를 떠들더니 4년 동안 목격한 것은 조국, 윤미향 사태, 그리고 여비서 성추행 뿐이다.” 137만 조회 수를 기록한 동영상 ’27세 취업 준비생이 박영선을 찍을 수 없는 이유'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준석 대표는 “2030세대가 정치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응원한 오세훈이 당선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번 재미를 맛본 2030들이 36세 이준석을 보수 정당 대표로 밀어 올렸다. 야당이 이들과 대선까지 동행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게 이 대표 계산이다.

투표권을 보유한 만 18세 이상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 중 34%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4050세대 38.7%, 60대 이상 27.3%을 압도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40대는 강한 여(與) 지지, 60대 이상은 강한 야(野) 지지, 50대는 그 중간 식으로 어느 정당을 어느 정도 밀어 줄지가 고정돼 있다. 화투 용어를 빌리자면 짝이 미리 정해져 있는 굳은자다. 반면 2030은 진영 귀속감이 약해서 그때그때 지지 정당을 바꾼다. 작년 총선 땐 집권당에 몰려가 180석을 안겨 줬고, 지난 보궐선거에선 오세훈 시장에게 20%포인트 차 압승을 안겼다.

플랫폼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플랫폼에 좌판을 깔면 물건이 잘 팔리고, 그래서 사람들이 더 몰려든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초일류 기업들은 모두 독보적인 플랫폼을 장착하고 있다. 플랫폼은 정치 흐름도 바꾼다. 2002년 대선은 당초 이회창 야당 후보가 이인제 여당 후보를 안정적으로 앞서가는 판세였다.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고, 이인제를 대체할 여당 후보도 나오기 힘든 구도가 굳어지고 있었다. 판을 뒤집은 것은 국민참여경선이라는 플랫폼이었다. 당의 보스나 당원, 대의원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처음으로 대선 후보 선택권이 주어졌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그날 치러진 시·도 경선 결과가 생방송으로 발표되면서 국민의 눈길을 모았다. 민주당의 심장 광주에서 단기필마 노무현이 대통령 측근들이 미는 이인제를 꺾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거센 노무현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 입당 신청자가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대부분 2030세대다. 서울시장과 제1야당 대표를 당선시킨 세대가 이준석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도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2030세대들이 20년 만에 시대를 또 한번 뒤집을 기세다.

이준석 돌풍에 당황한 민주당이 허둥대고 있다. 청년특임장관 아이디어까지 내놨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누구나 기차에 오르내릴 수 있는 개방성에서 나온다. 민주당은 문·조(文曺)파 어깨들이 완장을 차고 거들먹대는 조폭형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전 법무장관을 비판했다가는 곧장 뒷골목으로 끌려나가 린치를 당한다. 재기발랄한 2030들이 이런 어두침침한 세상에 흥미를 가질 리가 없다. 민주당이 친문 패권주의를 청산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2030 축제 형식으로 펼쳐질 야당 경선이 실질적인 대선 결승전이 될 것이다.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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