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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취재썰]"무장단체 훈련받고 오자 군이 습격"…미얀마 청년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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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을 무력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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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네 집에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쳤어요. 지금 친구는 급하게 도망갔는데 연락이 안 돼요”

미얀마에서 군부 반대 시위를 이끌던 청년 A 씨에게 받은 메시지 내용입니다. 과거 한차례 인터뷰를 한 적 있는 A씨는 기자에게 급박한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A씨의 친구 B 씨는 다행히 몸을 피해 군부에 체포되진 않았지만, 연락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루 뒤, A씨는 "친구 B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다시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이 집을 부수고, B씨의 물건 등을 모두 약탈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B씨와 기자를 연결해줬습니다. B씨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관련기사 : "더는 유엔에 기대 없다"…'무장' 택하는 미얀마 청년들 https://bit.ly/3fVw6K8)

“정글서 무장단체와 군사훈련…그러자 군이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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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단체에서 훈련을 받고 온 뒤 군부의 습격으로 도주 중인 B씨. 〈사진=인터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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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한 지방 도시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를 이끌던 청년이었습니다. 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수배를 받던 중이었는데요. 이른바 '505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505 리스트'는 미얀마 형법 505조를 어긴 혐의로 수배받고 있는 사람들 명단을 말합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미얀마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등이 모두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죠. 미얀마 형법 505조는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진술, 소문, 보도 등을 만들거나 유포하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B씨는 “2주 전 친구들과 함께 정글에 들어가 무장단체로부터 군사훈련을 받고 왔다”며 “이 때문에 군인들이 우리 집을 습격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보안상의 이유로 군사훈련을 받고 온 정확한 위치는 말하지 못한다”면서도 “다양한 무장단체 조직에서 도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 총 쏘는 법 등을 배운다”고 설명했죠.



“노트북·아이패드 약탈…가족들 사진 있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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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무기를 들고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청년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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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군인들이 집을 습격을 하기 직전, 몸을 피해 현재 친구 집에 머무는 상태인데요.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B씨는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지만, 집 안에 있던 물건도 군인들이 모두 가지고 갔다”며 “집에 놓고 온 노트북, 아이패드 등을 모두 군인들이 가져갔는데, 그 안에 가족들 사진도 있어서 걱정된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B씨는 “지금 우리가 민주화를 이루지 못하면 다음 세대는 또 몇십년 동안 군사독재 밑에서 살아야 한다”며 “우리 세대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이뤄대 독재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누적사망자 841명, 구금자 557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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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청년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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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군의 습격을 받는 건 B씨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얀마 취재원들 다수로부터 “밤 늦은 시간에도 군인들이 집을 습격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자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제 미얀마에선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군부 총격에 사망하고 감옥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1일 기준 누적 사망자는 841명, 구금자는 5576명입니다.

B씨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솔직히 미얀마 청년들은 UN 등 국제사회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가능하다면 보다 강력한 군부 제재를 해달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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