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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쿠데타 4개월…"탈영군이 탈영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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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 진압에 나선 미얀마 군인.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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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을 원하는 군인에게 도움을 드립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주세요. 텔레그램 아이디 : XXX”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얀마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눈길을 끄는 포스팅 하나 발견했습니다.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에서 탈영을 원한다면, 이를 도와주겠다는 글이었습니다. 탈영을 돕는 브로커인가 싶었습니다. 군부가 탈영하려는 군인들을 잡으려 '덫'을 놓은 건 아닌지 의심도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 말을 걸어봤습니다.

상대는 처음엔 경계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썼던 미얀마 관련 기사들의 링크를 전달하자 이내 경계는 풀렸습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탈영한 군인, 미뚜따(가명)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후 처음으로 탈영한 군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분을 확인한 후, 통화로 그와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군부, '가족' 이야기하며 심리적 압박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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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을 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경찰.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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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장교로 복무했던 미뚜따는 2월 중순, 군대를 빠져나왔습니다. 차마 자신의 손으로 시민들을 무력 진압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탈영을 원하는 다른 군인들이 안전한 곳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군부 밑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까지 탈영을 결심하지 않은 군인들 역시 그에게 상담을 요청한다고 하는데요. 미뚜따는 “미얀마 군인들은 가족들과 함께 한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 역시 군부의 감시 대상”이라며 “가족들이 위험해질까봐 탈영하지 못하는 군인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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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경찰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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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뚜따는 군부가 군인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직설적인 명령을 내리기보단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네가 일을 잘 해야 한다”, “시위하는 시민들 앞에서 주눅 들면 그게 군인이냐” 등의 말을 한다는 겁니다.

미뚜따는 신변보호를 위해 자신이 있는 장소나 탈영 방법 등 구체적인 정보는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탈영을 하는 군인들이 굉장히 많다.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군부에 저항하는 경찰, 당신은 혼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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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한 경찰들. 〈사진=슬라잉 툰 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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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숨도 위험한 상황에서 다른 이들을 돕는 건 미뚜따만이 아닙니다. 10년차 경찰이었던 슬라잉 툰 민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는 경찰을 그만두고,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길 원하는 경찰들을 돕고 있습니다. 군부에 저항하는 경찰들을 '안전한 장소'로 인도할 뿐 아니라 모금운동도 벌여 생계가 끊어진 경찰들을 지원하는 일까지 맡고 있습니다.

실제 CDM에 참여하는 군인과 경찰들은 생계가 끊어져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도 모자라,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상태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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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와 인터뷰한 CDM 참여 경찰 슬라잉 툰 민. 〈사진=뉴스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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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잉 툰 민은 “지금 군부에 잡히면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고문당해 죽을 수도 있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CDM 참여를 고민하는 경찰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그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다”라고 했습니다.

미얀마에선 쿠데타가 일어난 후 벌써 4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군부에 목숨을 잃은 시민은 840명, 구금된 사람은 5529명입니다. 국제사회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오늘도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현재 상황을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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