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촉]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로 본경선에 진출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홍문표·조경태 의원 순으로 득표해 5명이 본경선에 올랐습니다. 이준석 41%, 나경원 29%, 주호영 15%입니다.
예선전은 ‘당원 50%, 일반 국민 5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여론조사로만 보여지던 이준석의 돌풍이 당심 50%가 반영되는 경선전에서도 실제로 위력이 있음을 확인한 겁니다. 당원조사에서도 이준석은 31%를 얻었습니다. 나경원 32%에 이어 2등입니다. 당원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압도적입니다. 이준석 51%, 나경원 26%, 주호영 9%입니다.
결국 본선에서는 신진 한명과 중진 4명이 대결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은 떨어졌습니다.
이준석이 본선에서 승리해 당대표가 될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당대표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결정됩니다. ‘당원 7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당심의 비율이 예선전보다 높습니다. 당심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준석 후보에겐 불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준석에 대한 민심의 지지를 당원들이 따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심이 젊은 바람으로 가는데 당심이 이를 거스를 수 없다, 이런 흐름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당심에서도 만만찮은 세를 보여줬습니다.
지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구도가 신진 대 중진으로 짜여졌습니다. 그런데 예선을 통해서 신진 그룹은 단일화가 이뤄졌습니다. 중진 그룹은 4명입니다. 지역별로 갈라져 있습니다. 수도권의 나경원, 티케이의 주호영, 피케이의 조경태, 충청의 홍문표입니다. 당원 표는 지역별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본선에서도 갈라질 겁니다. 중진 그룹이 이준석을 견제하기 위해 단일화를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당심 70대 민심30의 방식이긴 하지만 본선도 이준석에게 나쁜 상황은 아닙니다. 서른여섯 이준석 당대표, 가능성 없지 않습니다. 아니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국민의 힘 당대표 예비경선에 나선 이준석, 나경원, 주호영 후보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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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준석 바람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지금 보여지는 이준석 현상은 결코 정치인 이준석 개인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이준석 바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후보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준석 바람의 본질은 ‘못 살겠다 바꿔보자. 묻지마 바꿔 보자’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에 따른 부동산 대란과 일자리 쇼크 등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4년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변화의 열망이 바닥에서 끓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야당은 지금까지 이런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무능한 야당이 있어서 문재인 정권의 폭주가 가능했습니다. 국민은 문재인 정권은 싫은데 야당은 더 싫다고 하는 바람에 문재인 정권은 선거에서 연전연승했습니다. 내로남불, 위선, 무능, 오만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길이 없었습니다. 정권은 ‘우리가 야당복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겁니다. 야당부터 바꿔라.야당부터 변해라. 보수를 젊고, 새롭고, 건강하게 만들어라. 당내 신진 그룹이 보수의 혁신을 이뤄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특히 중진 의원들은 성찰해야 합니다. 오죽했으면 선거에서 세 차례나 낙선한 ‘-3선’의 이준석에게 이렇게 국민의 기대가 몰리는 상황이 됐을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이후 전당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신진 그룹이 중심이 돼 보수를 바꿔나가는 작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 바람은 기성 정치권 전체, 여야 모두의 변화로 향할 겁니다.
이준석을 비롯한 신진 세력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불안감을 불식시켜야 합니다. 과연 그들이 대선 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불안감이 엄존합니다. 이준석 후보는 아버지의 친구인 유승민 전 의원을 따라 여러 정당을 철새처럼 옮겨 다녔습니다. 하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수차례 말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런 이 후보가 ‘야권 통합’을 잘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후보가 국정 현안과 미래에 대한 비전과 대안 제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정운영, 정치는 인기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성장 동력이나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안티 페미’를 외치면서 인기몰이로만 정치를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라는 공동체 전체를 보듬고 가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이 후보가 그동안 해온걸 보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은 예리하지 않은데 당내 사람들을 겨냥해 총질할 때는 무지막지하다, 이런 지적도 합니다. 식견과 경험 부족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 성찰과 연마에 나서야 합니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부러움과 시기에 찬 눈으로 바라봅니다. 한때 그들도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도 한때는 참신한 386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장을 멈췄습니다. 대학 학생운동 시절로 수십 년을 먹고 살았습니다. 현 정권 출범 이후엔 퇴행적 행태를 보이며 국민의힘보다 더 꼰대스러운 모습입니다. 이준석 등 국민의힘 신진들도 여권의 586을 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정치가, 우리 나라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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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이동훈의 촉’ 유튜브에서 감상하십시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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