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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기다린 책"…첫 한국어판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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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도서출판 길, '정본' 번역 첫 결실

연합뉴스

칼 마르크스
[위키피디아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저작들은 세계적 고전이지만, 한국어판 책 출판은 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유명한 '공산당 선언' 초고와 '자본' 제1권의 육필 원고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이 한국어판으로 처음 선보인 것은 1921년의 공산당 선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공산당 세력 3곳이 영어와 일본어, 러시아어로 번역된 책을 중역한 것이지만, 모두 실물로 확인된 적은 없다.

일제 탄압과 남북 분단 등에 따라 마르크스-엥겔스의 지적 유산은 한국어로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책들은 모두 동독에서 발간한 대중본 성격의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집'(Marx-Engels Werke, MEW)을 저본으로 삼았다. 사실상 한국어로 소개된 학술본으로서의 '정본'은 없는 실정이다.

정본은 1927년 모스크바 마르크스-엥겔스연구소가 처음 출간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arx-Engels Gesamtausgabe, MEGA)으로 여겨진다. 문헌학자 다비드 리야자노프가 주도해 마르크스-엥겔스의 모든 유고를 남김없이 연대기 순으로 발간한다는 이 계획은 스탈린의 숙청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1936년 중단됐다.

스탈린 사망 이후 소련과 동독의 연구원들이 'MEGA' 발간을 재추진해 1972년부터 1990년까지 43권을 출판했다.

동독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로 163권을 출판하려던 이른바 '신 MEGA' 계획은 다시 중단됐지만, 1990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국제 마르크스-엥겔스 재단이 설립되면서 독일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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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본인 MEGA의 한국어판이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가 주축이 된 동아대 맑스-엥겔스 연구소와 도서출판 길의 협력으로 최근 첫 결실을 보았다.

이번에 처음 출간되는 MEGA 한국어판 두 권은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61∼63년 초고 제1분책'(김호균 옮김)과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61∼63년 초고 제2분책'(강신준 옮김)이다.

제1분책은 1895년 마르크스가 최초의 경제학 저작으로 출판한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제1권의 후속 원고에 해당하며 제2분책은 흔히 '자본'의 제4권으로 알려진 '잉여가치론'의 제1권이다.

이 두 권은 MEGA 제2부 제3권에 실린 부분으로 약 1천500쪽에 이르는 가장 방대한 마르크스의 유고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의 연구 및 서술과 부르주아 경제학의 분석에서 중요한 단계를 기록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경제이론의 몇몇 근본적인 요소를 이 초고에서 처음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는 잉여가치 생산과정과 가치법칙 사이의 일치에 관해 상술하고 최저임금론을 비판하며 그럼으로써 노동력 상품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본질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강신준 명예교수는 "2008년 연구년으로 독일에 갔을 때 정본 전집에 참여한 독일 연구자를 만나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정본 전집을 발간해야 한다는 생각에 2012년 동아대에 맑스-엥겔스 연구소를 설립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1921년 한국어판 공산당 선언이 나온 이후 마르크스-엥겔스 저작 전집이 체계적 구조로 한국어판으로 출간되는 것은 100년을 기다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EGA 한국어판 출간은 2012년 판권을 체결했지만, 외부 재정 후원을 찾지 못해 작업이 부진하다 2018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과제로 선정돼 2023년까지 17권을 발간할 예정이다.

강 명예교수는 2023년 이후에도 MEGA 주요 부분을 71권으로 번역 출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앞으로 20년 지속돼야 완성되는데 후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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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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