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작가-고생물학자 '루시의 발자국' 번역 출간
스페인 작가 후안 호세 미야스(75)는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67)와 함께 쓴 '루시의 발자국'(틈새책방)에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에 주목하며 인간과 진화에 관해 탐구한다.
책 제목 속 '루시'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호미니드(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속하는 최고(最古)의 화석으로 키가 105㎝ 정도이며 유인원과 인류의 중간 윤곽을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약 32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두 사람은 스페인 곳곳을 함께 다니며 인류의 생물학적 토대와 인류 전체의 사회사를 짚는다. 미야스의 관점에서 쓴 논픽션이지만, 아르수아가가 전하는 고인류학 및 인간진화생물학 관련 설명도 자세히 담겼다.
이들이 풀어내는 서사는 강의실이 아니라 21세기 우리 삶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다. 인간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로 뜻을 모은 뒤 초기 인류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굴과 성터, 놀이터, 시장, 장난감 가게, 성인용품점, 박물관, 해변 등에서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살핀다.
아르수아가는 인류의 두 발 걷기의 구조적 특이성, 던지기에 적합한 어깨뼈와 같은 형질의 변화, 다윈의 진화론과 신학자 페일리의 시계 이론 간 차이점 등 진화론의 기초를 미야스에게 설명한다.
또 호모 사피엔스 진화 이후의 집단 크기의 증가, 두뇌 크기의 감소를 설명하기 위한 스스로 길들이기 등 최근 진화생물학계에서 논의되는 인류 진화사의 특이점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들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한 번은 마드리드 근교로 여행을 떠난다. "인류의 진화에서 물리적인 힘에 기초한 계급이 어떻게 망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미야스의 말에 아르수아가는 "돌팔매질 때문에 망했다"고 말한다.
아르수아가는 정확한 돌팔매질이 진화에서는 필수적이었는데 그 덕분에 신경계와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고 전한다. 또 같은 집단에 속한 누군가가 돌을 던질 줄 안다면 아무리 사납고 용맹해도 쓸모가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렇듯 두 사람은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지적 여행을 이어간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전환하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통찰에 이르기도 한다. 명확한 답을 내놓는 대신 우리가 일상과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
미야스가 한 선사 시대 동굴을 둘러보며 인류의 흔적을 찾고자 "네안데르탈인이 어디 있나"라고 물으면 아르수아가는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네안데르탈인이다"라고 답한다. 미야스가 "언제 유적지에 들어가 볼 수 있나"라고 물으면 아르수아가는 "여기 사방이 다 선사 시대다. 유적지에 있는 것은 뼈뿐"이라고 강조한다.
남진희 옮김. 376쪽. 1만6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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