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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은 우리만의 역사’라는 與강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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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과거와 달리 적극 추모하며 화합 메시지를 내놓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8일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역사적 죄악”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5·18은 우리만의 역사'라는 취지의 입장을 잇따라 밝히며 야권의 호남 민심에 대한 접근을 경계한 것이다. “5·18은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에 대해서도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날 5·18 광주 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엔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가 집결했다. 송 대표는 김 대표 권한대행과 식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를 넘어 5·18 정신을 헌법 정신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작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무릎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는 ‘쇼’라고 비판하지만 쇼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들은 “누가 누굴 계승하냐”며 야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정희, 전두환과 그 후예들이 반성과 단죄 없이 계승한다고 하면 5·18 영령들이 통탄할 일”이라며 “얼굴에 분칠한다고 그 얼굴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신동근 의원은 “독재에 맞서 싸우면서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독재가 뭔지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며 함부로 말하는 것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

與野 광주서 '주먹밥' - 회동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 둘째) 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둘째)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광주 한 식당에서‘주먹밥’을 먹고 있다. 주먹밥은 민주화운동 당시 상인 등이 시민군에게 건넨 음식이다. 송 대표는 식사 후 기자들과 만나“여야를 넘어 5·18을 헌법 정신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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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윤 전 총장도 이들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6일 언론을 통해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장경태 의원은 “친일파가 태극기를 든 격”이라며 “본인이 하시기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허영 의원은 “5·18 정신과 헌법 정신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틀과도 같은 가치들을 언급했는데 왜 검찰 개혁에는 적용되지 않았냐”고 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나란히 올린 뒤 “윤 전 총장이 5·18을 언급하니 젊은 시절 전두환 전 장군이 떠오른다”고 했다.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검찰이 과거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가정을 소탕하듯 수사한 것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지 의문을 계속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여권의 공세에 윤 전 총장은 “5·18이 우리 국민에게 공유된 역사 기억으로 교육적 의미를 띠고, 다음 세대도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는 입장을 연세대 이철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통해 전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이 만일 ‘5·18을 우리만 기념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5·18의 의의를 오히려 훼손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외연 확장에 나선 야당과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여권의 견제 심리가 과도하게 표출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보수 정당에 부정적이었던 호남 민심의 변화 가능성을 미리 단속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민주당은 오만과 독선이 극에 달한 나머지 대한민국의 역사까지도 독점하려 한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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